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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움직이지마"…'정치적 거리두기' 하는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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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 = 정진우 이원광 강주헌 유효송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5회- 종합]'타락한 진영의식' 키우는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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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선거를 보름여 앞둔 3월30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국회를 위해 '막말'과 '궤변'을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의 장이 돼야한다. 우리 정치권에 건강한 진영의식이 퍼질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사진=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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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 건너면 '불법'…선거법이 키운 타락한 진영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해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법 58조2항)

하라는 것일까, 말라는 것일까.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후보자 가족, 선거운동원, 유권자 모두 혼란스럽다. 선거 기간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를 알아채기란 사기꾼과 ‘정치 일꾼’을 구별하는 것만큼 어렵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5 총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4월 2일부터 13일간이다 . 그동안 예비후보 기간엔 예비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4월2일부터는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물론이고 일정 규모의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또 차량과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전화로 지지를 유도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하철 개찰구 하나를 두고 공직선거법의 판단은 엇갈린다. 개찰구 안 선거운동은 금지되나 밖에선 허용된다.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원칙 하에선 이같은 단서 조항이 줄줄이 달리는 것은 필연이다. 단서의 단서 조항도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연을 경계하는 기성 정치권은 ‘복지부동’이다.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놓인 ‘타락한 진영의식’은 오히려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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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이 가로막는 정치신인의 등판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 120일 이전엔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정치 신인들은 손과 발, 입이 모두 묶인다.

현역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은 지역을 누비지만 출마를 꿈꾸는 신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텃밭 가꾸기부터 다르니 상향식 공천은 이상일 뿐이다. 선거법이 ‘줄서기 공천’을 부추긴다.

이분법,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부술, 민심의 반란은 영화 속에만 존재한다. 과열 금지가 사전선거운동 제한의 명분인데 기득권의 벽만 단단히 만들고 있는 셈이다.

선거운동을 정의한 건 공직선거법 58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하는데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예외 조항이다. 공직선거법이나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해 금지나 제한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고 예외로 뒀다. 선거기간 의사 표현을 하면서도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이 법은 물론 관련법까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도 규정한다. 같은법 58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면서도 △호별 방문 △사전투표소나 투표소부터 100미터 안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뒀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59조와 254조가 더해진다. 58조와 선거운동 기간 등을 규정한 59조, 처벌 조항인 254조 등을 종합하면 투표 마감 전까지 이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거운동을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 기간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자연스레 정당과 언론 등의 일방적 메시지만 듣게 된다. 타락한 진영 의식의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 문법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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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에 발 묶인 ‘후보자’들…멀어지는 유권자

직접 선거에 뛰는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자 A씨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모 시청 내 사무실 10곳을 방문해 명함을 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호별방문 금지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대법원은 “그가 방문한 시청 내 사무실은 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해 개방된 장소나 공간이라고 할 수 없어 호별방문금지가 적용되는 ‘호’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국회에서 ‘관공서 등 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을 호별방문 제한 장소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후보자 B씨 관계자들은 2016년 3월 한 지하철역에서 유권자들에게 B씨 명함을 돌리다 검찰에 기소됐다. 과거 공직선거법 60조3항은 예비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 금지지역으로 ‘지하철역 구내’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7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개찰구 안으로 금지지역을 축소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이 선거 기간 공직선거법이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후보자와 유권자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후보자와 유권자 간 접촉면이 넓어야 판단 근거가 생긴다”면서 “유권자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당하고 후보자도 못 만나니, 제한적 선택의 결과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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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 부추긴 法… 또 '보스공천’

“대한민국 선거법은 돈과 말과 발을 다 묶고 빽만 키운다. 당대표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사석에서 하는 얘기다.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보면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하는 것을 금한다’고 나온다.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여야, ‘보스 공천’의 역사, 이번에도…

유권자 입장에선 선거를 앞두고 등장한 새 인물이 생뚱맞다. 정치꾼, 선거 철새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 신인이 유권자를 만날 시·공간이 제약된 현실 때문이다. 공천 과정부터 지역 유권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당 지도부가 고른 후보에 투표하는 게 당연시된다. 메뉴판을 국민이 만들지 못한다. 인지도·적합도 조사, 국민 선거인단 등 장치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인기 투표 수준에 머문다.

그마저도 강성·열성 지지층 목소리에 좌우된다. 득점 포인트를 알게 되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합리적·생산적 대안보다 맹목적 비난을 쫓게 된다. 기존의 타락한 진영의식은 이렇게 퍼진다.

공천의 최종 권한은 당 지도부의 몫이다. 후보자는 장기판의 돌에 불과하다. 당 지도부가 택하지 않으면 경선 기회조차 받을 수 없다. 당은 획일화된다.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진다.

진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도 한목소리만 강요한다. 소장파·소신파 등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궤변을 모른 채 하는 게 생존법칙이 된다.

총선을 앞둔 양정당의 공천 과정도 그렇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시스템 공천’을 선언하고 공정한 공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평가는 싸늘하다.

민주당은 지난 1월20~28일 전국 253개 지역구에 대한 후보자 공모를 실시하고 전략 지역 15곳과 대구서구 등 공모 미신청 지역 4곳을 제외한 234곳의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한달 후 전국 87곳에 대한 대규모 추가 공모를 실시하면서 일부 후보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또 당초 ‘전략 공천’이나 ‘인위적 물갈이’는 최소화한다는 기존 방침과 달리 적잖게 내려 꽂았다.

미래통합당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 공천을 둘러싼 내홍을 겪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당 지도부가 뒤집은 것만 해도 수차례다. 지도부가 ‘조율’이라는 명분 하에 판을 흔들었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과정의 ‘한선교 난 ’도 공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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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유권자 간 접촉면 제한 없이 넓혀야”

현행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거 운동 및 기간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제한한 공직선거법 58, 59, 254조가 대상이다.

‘칼로 두부 자르듯’ 표현의 자유 영역을 규정한 현행법 체계에선 유권자 혼란과 정치 표현 기피가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역할도 논의 대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관위는 주로 정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업무에 집중할 뿐, 후보자나 유권자, 정당 활동 등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경 유착이나 불법 정치 자금은 막아야 하나, 후보자나 유권자의 정치 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유권자는 떠들지 말라’, ‘우리(당)가 차려준 밥상에서 김치 먹을 것인지, 오이지 먹을 것인지만 선택하라’는 게 현행 공직선거법의 기본 구조”라며 “독재자와 친구들을 위한 제도였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정당 보스와 측근을 위한 제도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선 유튜브를 통해 호별 방문 ‘팁’을 홍보한다”며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호별 방문을 해야 표를 더 얹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와 유권자 간 접촉면을 제한 없이 넓혀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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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선거법, 정치는 후퇴한다

우리 사회에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양 극단의 맹목적 비난과 옹호가 뒤덮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속 다른 비판을 짓밟는다. 반면 건강한 비판·합리적 대안 모색은 듣지 않는다.

타락한 진영의식은 ‘표현의 자유’조차 선별적으로 취한다. 공직선거법이 이를 부추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 때문에 궤변에 들러리를 세운다.

지난 2월 임미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임 교수를 여당이 고발했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의 사과와 고발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언론중재위원회는 경향신문에 공직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며 ‘권고’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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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이냐, 아니냐' 해석 분분

문제가 된 부분은 임 교수의 칼럼 말미에 나온 표현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구절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특정정당을 찍지 말자는 주장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 행위와 아닌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 이법은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네가지 경우에 투표참여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인데 임 교수의 칼럼은 투표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반대투표를 종용해 사실상 투표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당을 겨냥해 얘기했지 특정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으로 볼 가능성이 낮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칼럼을 게재한 1월28일은 각 정당의 총선 후보자 최종명단도 나오지 않은 시기다. ‘선거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 여러분께서 열린우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시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총선 개입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지지 발언을 한 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6년 권선택 대전시장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금지된 ‘선거운동’의 범위를 크게 좁힌 것도 반대 논리 중 하나다. 당시 대법원은 “유권자가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을 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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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3월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2동 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선거인명부를 열람 하고 있다. 선거인명부에 누락 또는 잘못 표기돼 있거나 자격이 없는 선거인이 올라 있다고 확인되면, 열람 기간에 구두나 서면으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2020.3.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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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소리' 막는 선거법?…건전한 비판→건강한 진영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촉발시킨 ‘임미리 고발’ 논란은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로까지 번졌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 규제하는 조항은 특정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들이 본래 취지를 넘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 해석이 사실상 유무죄를 나눈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진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임미리 고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진영 안팎의 건전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정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임에도 ‘듣기 싫은 소리’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게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이에 대응하는 다른 진영의 행태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 정치적 공세만 취했을 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관련 비판 등 열린 공간이 오히려 검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약한 편이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가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대한민국만 애매한 선거법 규정에 따라 쓸데없는 논란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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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진영' 낙하산 탄 전문가

# 4년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온 조훈현 미래한국당 의원. 그는 바둑의 최고수란 의미의 ‘국수(國手)’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최고의 바둑 기사이자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였다.

하지만 요즘 조 의원은 ‘꼼수’ 정치의 최일선에 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월6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조 의원을 제명하면서다.

법을 어기거나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기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 의원은 현재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바둑계 대표 조훈현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원로 바둑인으로 정치 입문해 번뜩이는 묘수 보여주지 못하고 꼼수 정치에 휘둘려 미래한국당의 볼모가 된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회엔 조 의원처럼 각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 영입된다. 치열한 선거 대신 비례대표란 안전한 장치로 배지를 다는 경우가 많다. 각 당이 팔을 걷고 인재를 모으는 영입문화에 익숙하다.

참신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영입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린 ‘원종건씨 미투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동 스토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그 인물에 대한 자세한 검증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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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공직선거법 47조’와 정확히 배치된다. 이 법을 보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나온다.

또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미 좋은 자리를 제안받고 영입되는 인재들에겐 이 법이 무용지물이다. 현재 인재영입 방식이나 비례대표 선발 방식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각 정당이 당헌 당규를 바꿔 개방형 비례대표제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공천 절차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화려한 ‘변신’이다. 이들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한결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의도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초심을 잃는다. 소신도 없어진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 등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한다.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외부 영입은 그만큼 위험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나쁜 관행이자 행태다. 국민 대표성 없이 갑자기 위로부터 낙점돼 진입한 이들 영입 정치인들의 행태는 진영 대결의 첨병들이다. 벼락 횡재로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에 차기 공천을 위해 더더욱 자기 진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진영 이익과 진영 대결의 선두에 서게 된다.

정치를 그만둔 뒤에는 다시 돌변해 진영 대결을 비판하면서 국회와 정치 전반을 조롱하고 폄하한다. 외부 영입의 반복이야말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각 영역들의 자율성을 해친다. 특정 진영의 도구를 자임해 영입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인사들의 무도덕성도 비판을 받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정치를 하려면 정당과 공공 정치영역에 가입해 현장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튼튼한 풀뿌리 기반을 가져야한다”며 “그래야 정당 지도부나 청와대, 진영 논리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입문화와 영입인사들이야말로 타락한 진영의식의 한 현실이자 도구”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정진우 이원광 강주헌 유효송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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