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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6시 내고향’ 7000회 장수 비결? “신라면처럼 시대 맞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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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아침마당’과 쌍둥이 프로로 시작

고향 떠난 위로 넘어 함께 꾸리는 동반자

“코로나 직격탄 맞은 농어촌 도움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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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고생하고 있는 딸기 농가를 찾은 이정용 배우.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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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이 30일 7000회를 맞았다.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매주 월~금 오후 6시 시청자들과 만난 결과다. 이러한 역사는 한국 방송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1980년 11월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주 1회 방송이라 이제 2000회를 앞두고 있고, ‘6시 내고향’과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쌍둥이 프로그램 ‘아침마당’은 2014년까지 토요일 방송을 진행해 8500회를 넘겼다. 세 프로 모두 KBS1을 대표하는 장수 상품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타격을 입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제철 농산물을 맛보기 위한 여행객의 발걸음이 분주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게 멈춰선 탓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주째 스페셜 방송을 편성하고 있다. 전국 농어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6시 내고향’이 피부로 느낀 충격은 더 컸다.



판매량 급감 어촌 사연에 1.5억 주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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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한 어민을 찾은 가수 김정연.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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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를 진행하며 버스 안내양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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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작진은 7000회 축하 행사를 여는 대신 ‘코로나19, 지금 제주는’ ‘코로나19 위기 속의 작은 영웅들’ ‘내고향 상생 장터, 함께 삽시다’ 등 새 코너를 잇달아 신설했다. 지역 방송국과 공동 제작하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심하원 PD는 “재난ㆍ재해가 발생하면 농어촌부터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태풍이나 산불이 났을 때도 큰 손실을 본 지역을 먼저 찾아가 일손을 돕고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2010년부터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가수 김정연이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노화도를 찾아가 3년 동안 투자한 전복이 폐사되고 있는 어민들의 사연을 소개하자 방송 직후 1억 5000만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10년 동안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 ‘국민 안내양’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항상 무릎을 꿇고 사연을 경청해온 그는 2013년 ‘버스를 가장 많이 탑승한 연예인’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어르신 아이돌 된 오!만보기맨·청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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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섬마을 하숙생’ 코너를 시작한 가수 전영록. 섬에서 머물며 자급자족한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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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랫동안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시민들과 만나는 것은 ‘6시 내고향’ 리포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1993년 뮤지컬로 데뷔한 배우 이정용은 이제 어르신들 사이에서 ‘오!만보기’로 통하고, 2000년 데뷔한 개그맨 손헌수 역시 ‘청년회장이 간다’로 명성을 얻고 있다. 심 PD는 “미리 섭외하는 것도 아닌데 길에서 걷던 시민들이 이정용씨를 만나면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시골에 가면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청년회장 손헌수씨를 슈퍼스타처럼 반겨준다. 제작진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설명했다.

흔히 어르신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KBS2 ‘1박2일’, tvN ‘삼시세끼’, JTBC ‘한끼줍쇼’ 등 인기 예능과 공통점도 많다. 휴먼 다큐를 바탕으로 여행ㆍ먹방ㆍ쿡방이 골고루 버무려져 있다. 앞서 유튜브와 결합한 ‘덕화TV’를 연출한 심하원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섭외력 덕에 가수 전영록의 ‘섬마을 하숙생’에 이어 개그맨 이홍렬의 ‘장터쇼’ 론칭도 앞두고 있다. 꾸준히 시청률 7~9%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어 지난 연말에는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가 출연했고, 아이유ㆍ공효진 등 숨은 팬들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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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시 내고향’에 출연한 아이돌그룹 데이식스 멤버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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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프로그램 장수비결로 이 같은 신구 조화를 꼽았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계속 똑같은 맛을 고수해서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한 입맛에 맞춰 조금씩 바뀐 것처럼 ‘6시 내고향’ 역시 시대에 따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변화해 왔다”는 얘기다. 1999년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다가 2013년, 그리고 올 초 세 번째 돌아온 이상헌 CP는 “당초 기획의도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점의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 훗날 내가 살고 싶은 고향을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6시 내고향 아니면 안하지” 신뢰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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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의 초대 MC를 맡은 박용호(1991~1999), 이금희(1991~1996) 아나운서.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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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시 내고향’을 진행하고 있는 윤인구, 가애란 아나운서.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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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주기로 다시 찾은 이 CP는 “실제로 농어촌이 젊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과거에는 농수산업은 주로 부모 세대가 하고 아이들은 도시에 나가 다른 직업을 찾았다면, 이제 학업을 마치고 귀농하고 가업을 이어받는 가정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 택배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유통망이 확대되고 수익이 보장되면서 평생직장이 가능해진 것 같다”며 “기술이 발전해 여가도 늘고 노동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게 되면서 사람들이 다시 유입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합류한 남수진 작가는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라고 밝혔다. ‘VJ특공대’(2000~2018) ‘무한지대 큐’(2004~2010) 등 여러 교양ㆍ정보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섭외하다 보면 “‘6시 내고향’에서 이미 했다”라거나 “‘6시 내고향’이 아니면 안 한다” 등의 이유로 숱한 거절을 당했다고. 남 작가는 “KBS 시사교양 PD로 입사하면 누구나 거쳐 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PD는 바뀌어도 작가들은 한번 시작하면 오랫동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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