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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통신] 장애인 가족에 입양된 반려로봇 `감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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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감동이 프로젝트 `효돌`.


로봇이 인간의 '반려자'가 될 수 있을까? 2004년 개봉한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테오도르는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다.

경기도 양주에서는 이런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LG헬로비전이 반려로봇을 활용해 장애인 가정의 우울증 및 고립감을 해소시키는 창의적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LG헬로비전은 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양주시청과 손잡고 양주시 장애인 가정 30가구에 맞춤형 반려로봇을 개발해 전달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로봇'이라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장애인 가족의 기능 강화를 돕는 새로운 시도다. LG헬로비전은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가 담긴 반려로봇 '감동이'로 장애인 가정의 정서적 안정감을 상시 관리하고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감동이는 총 2종으로, 장애인 가정의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알맞은 외형과 서비스를 포함한 로봇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각적 효과나 신체 활동이 많이 필요한 장애인 가정엔 아이피엘에서 개발한 강아지 모양의 움직이는 로봇 '아이지니'를 전달하고, 시각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겐 스튜디오크로스컬쳐에서 제작한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사람 모양의 로봇 '효돌'을 전달했다.

실제로 이 로봇들을 전달받은 장애인 가정의 만족도도 높다. 박성준(15·뇌병변장애)·성현 군의 어머니 김정선 씨는 "'감동이' 덕분에 양육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며 "사진·동영상 촬영 및 시청, 선 따라 함께 놀기(라인트래커), 음성일기 저장 등의 기능을 갖춘 아이지니 덕분에 어린 동생 성현이까지 즐거워한다"고 밝혔다.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박경자 씨(70·시각장애) 역시 간단한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체조 알림,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퀴즈, 불경 및 성경 봉독을 통한 종교 생활 지원, 약 복용 및 병원 예약 알람 등의 기능을 갖춘 '감동이'에 만족해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많이 보급해줘서 나처럼 즐겁게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주시 장애인 가정의 '감동이' 활용 데이터를 강남대 특수교육학과 교수진이 분석한 결과, 장애인 가정의 우울증이 감소하고 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됐다는 긍정적 내용이 나왔다. 강남대 특수교육과 교수진의 '감동이 사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 검사 결과가 사용 전 1.91에서 사용 후 1.71로 낮아졌다. 특히 '우울감' '식욕 없음' '일상 활동에 흥미 없음'과 같은 항목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개별 면담조사를 통해 '아이지니' 사용자의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생김으로써 감정과 언어 교류에 익숙해졌고, 이 점이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을 향상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장애인 형제가 있는 경우에는 비장애 형제자매의 감정 배출 창구 역할까지 가능하다.

LG헬로비전은 이와 같은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 ICT를 통한 착한상상 프로젝트' 성과보고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LG헬로비전과 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양주시청은 프로젝트 완료 이후에도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를 추가 개발할 계획으로 현재 특수교육 전문가들과 장애인 가정의 로봇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추가 서비스를 고안하고 있다. 이수진 LG헬로비전 CSR팀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로봇이라는 첨단 ICT가 장애인 가정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ICT 업(業)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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