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
SBS '트롯신이 떴다' 등 지상파 예능으로 이어져
어르신들 전유물 넘어 2030세대까지 트로트에 열광
오디션 프로그램 만나 관심 커지고 볼거리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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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일명 ‘트롯맨’들은 아이돌 못지 않은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최종회 문자투표에 773만 1,781건이 몰리면서 서버 과부하가 발생, 최종 우승자와 순위를 발표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도 발생했다. 결국 ‘미스터트롯’은 문자투표 집계를 끝내고 14일 긴급 생방송을 편성해야 했다.
그만큼 인기는 뜨거웠다.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진 지하철 광고판에도 언제부턴가 이들의 얼굴이 등장했다. 지하철 광고판에는 아이돌 가수의 팬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생일을 축하하거나 데뷔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트롯맨’들도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을 포함해 이찬원, 영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오빠’를 향한 소녀팬들의 열띤 호응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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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소비했던 트로트에 2030세대, 더 나아가 10대까지 열광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열풍의 시작은 지난해 TV조선에서 방영된 ‘미스트롯’이었다.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등 출연자들이 화제가 되면서 ‘트로트 전성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 후속으로 지난 1월부터 방송 중인 ‘미스터트롯’의 돌풍은 더욱 거세다. 중년층에게 유독 인기가 높았던 ‘미스트롯’에 비해 젊은 여성층까지 TV 앞으로 끌어모은 ‘미스터트롯’은 연령층을 막론한 팬덤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스터트롯’은 결승 무대였던 12일 방송은 35.711%라는 시청률을 경신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미스터트롯’ 자체 최고 시청률이자, JTBC 드라마 ‘스카이(SKY)캐슬’을 뛰어넘은 종합편성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이었다.
트로트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 예능도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SBS ‘트롯신이 떴다’는 남진·김연자·설운도·주현미·진성·장윤정 등 국내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해외에서 트로트 버스킹을 펼치는 예능으로, 10%대의 시청률로 수요일 예능 1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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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트로트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트로트는 고유의 한의 정서를 담아내며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들어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장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나이 지긋한 가수가 주로 노래를 불렀고, 비슷한 연령대가 트로트를 소비했다. ‘젊은 트로트’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당시 24세이던 장윤정이 ‘어머나’로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후 2009년 데뷔한 홍진영과 박현빈 등 젊은 가수들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트로트 전성시대를 이끈 것은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오디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불러일으키고, 재미를 상승시켰다. 팬들은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진행되는 문자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못지않은 열띤 응원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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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의 공도 컸다. 남녀노소 사랑받는 국민 MC 유재석은 프로그램에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 트로트 곡을 직접 부르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재미를 선사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트로트를 모르지는 않지만 재밌다고 느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재미’라는 요소를 불러일으켰다”고 평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듣는 것만이 아닌 ‘보는’ 트로트로 변신한 것도 인기에 불을 붙이는 데 한몫 했다.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의 경우 노래 뿐 아니라 각 출연진들의 스토리가 있는데다가, 연령대도 젊어 2030 시청자들의 보기에도 거리감이 없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가요무대’에 나오는 가수들처럼 진중한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닌,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태권도 쇼 등을 보여준 것도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트로트의 부흥은 아이돌 음악 위주의 한국 음악 시장에서 다른 장르로 관심이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로트라는 장르는 진심은 잃은 채 행사 시장에서 쓰이는 ‘쇼’로만 남았다”며 “제작하는 사람도 여흥을 즐기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거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옛날 노래를 새롭게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심을 더 많이 담은, 좋은 생명력 있는 성인 가요들이 더 나와서 주류가 되어야 한다”며 “계속해서 쇼만 남게 된다면 예능의 도구로만 쓰이는 트로트 열풍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고, 몇 년 후에는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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