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심리,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얼어붙어
"현금 살포보단 특정기업 지원이 바람직"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녹일 수 있을까. 4·15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국민 절반 수준인 2500만명에게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소비심리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한국은행이 월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국민들이 소비를 자제하고 현금 확보에만 나서고 있는데, 현금을 살포하는 조치가 얼마나 소비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많은 의견이 나오는데, 국민에게 혼란이 없게 다음주 3차 비상경제회의 전까지 당정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안에 당정이 최종안을 마련한 뒤 다음주 비상경제회의에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재난지원금에는 주민생계지원, 소비절벽 타개를 위한 현금성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재난기본소득'을 약속하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금을 주는 방안이 과연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하락폭으로는 2008년 7월 통계가 나온 이래로 가장 크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이전까지는 리먼브라더스 파산(2008년 9월) 직후인 2008년 10월 CCSI가 12.7포인트 떨어진 것이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심리에 미친 충격이 더 컸던 셈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2월(-7.3포인트) 때보다도 월별 하락폭이 컸다.
특히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을 보면 취업기회ㆍ임금ㆍ물가상승률ㆍ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방위적으로 나빠져 현금을 푸는 것만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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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본소득 퍼주기 지원으로는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은 "사람들이 소비를 못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면서 "기본소득은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처방이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잠재우려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것보단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정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수요를 늘리는 것보다 작은 기업들 망하는 것들을 막아야 할 때"라며 "바위가 떨어질 때 바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모래더미가 무너진다면 그건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 현금성 지원이 실질적인 소비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가구 소비 변화의 연령, 세대, 연도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4.5%에서 2018년 48.0%까지 떨어졌다. 실질GDP 증가율을 앞서던 실질민간소비 증가율은 2003년 큰 폭으로 고꾸라진 후 한두 해를 빼놓고는 매년 GDP 증가율에 못 미쳤다.
예정처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집계한 결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 0.64에서 2015년 0.58로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이란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조세, 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이 요인을 제거하고 보더라도 이미 소비성향은 감소하고 있는데, 감염병 변수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현금을 뿌리는 것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예정처는 "소비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선 연령·세대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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