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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세계와우리]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과가 남북관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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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46명의 해군 장병 산화 / 北 아직도 자신 소행 인정 안해 / 한반도 진정한 평화 정착 위해 / 北의 도발 방지 약속 선행돼야

중국발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루빨리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피격 도발이다. 꼭 10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에 피격당한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나고 46명의 해군 장병이 산화했다. 북한은 아직도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도발을 상기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도발이 제대로 매듭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당시 청와대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어를 앞세우고 북한 핵도 해결하고 남북관계도 발전시킨다고 했다. 그런데 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 실상은 어떠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지난 3월 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친서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런 북한이 3월에만 세 번이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갔다. 그들은 안보태세 유지를 위한 기본조치이니 시비 걸지 말라고 김여정의 입을 통해 강변했다.

세계일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하는 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려는 속내가 어디 있는지는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유엔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사거리가 짧다며 문제 삼지 않고 있고, 우리도 그저 유감표명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초대형방사포 등 신종무기 4종 세트는 바로 우리를 겨냥한 무기이다.

천안함 도발은 북한의 대내, 대남, 대미 차원의 다목적 카드였다. 우선, 대내 차원에서는 2008년 김정일이 쓰러진 후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어린 아들의 리더십을 단기간 내 끌어올려야 했다. 이에 북한은 2009년 당 소속의 대남공작조직을 군에 통합시켜 정찰총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남공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철을 책임자로 임명했는데, 이듬해 그의 첫 작품이 바로 천안함 피격 도발이었다. 그해 10월 연평도 포격 도발도 주도했다. 북한은 일련의 도발을 청년대장 김정은의 위대한 군사 리더십 홍보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김영철은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통일전선부장과 노동당 대남담당부위원장의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대남 차원에서는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과 경고의 목적이었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연평해전은 모두 NLL 무력화를 겨냥한 도발이었다. 2004년 이후 열린 남북협상을 통해서도 NLL 무력화 시도에 실패하자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대미 차원에서는 정전협정이 사실상 사문화되었기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는 점을 부각하여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성사시키고, 평화협정 체결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정전체제를 무력화해 온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연합연습의 영구 중단을 유도하며, 나아가 그들의 대남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 조성의 길이라는 일관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을 지향하며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 왔다. 남북 정상은 2018년 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양 정상이 직접 합의한 것이니 잘 지켜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이행을 회피하면서 그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려면 북한이 저지른 각종 도발에 대한 시인과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 독일이 진정 국제사회와 화해하고 인정받는 것은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돌이켰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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