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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줘 감사” 머리엔 반창고 목엔 보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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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화장실 자해 소동으로 상처”

조, 피해자에 할말 없냐 묻자 침묵

경찰선 포토라인, 검찰선 뒷문 입장

조국 때 만든 규정이 부른 아이러니

중앙일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날 기자들 앞에 선 조씨는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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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내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이 25일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 서울 종로경찰서 1층 로비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이같이 말했다. 이마 쪽에 반창고를, 목엔 보호대를 찬 상태였다. 경찰은 “앞서 화장실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 소동을 벌이다 생긴 상처의 치료 목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씨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 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취재진이 “음란물 유포, 살해 모의 의혹 인정하나”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나” 등이라고 물었지만 조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양심의 가책을 손 사장 등에게 떠넘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대망상인 것 같기도 하나 사죄해야 할 대상은 피해 여성들”이라고 강조했다.

40여 분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본관 뒤쪽에 도착한 조씨는 수사관에게 이끌려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조씨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한 경찰과 달리 검찰은 이날 그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서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초상권 보호를 위해 수사를 받는 사건 관계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이나 그 밖의 제3자의 촬영·녹화·중계방송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한 것도 작용했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서 “해당 규정 개정은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법무부가 강행했다. 그 직전 내부 공보 규정에는 연쇄살인이나 아동 성폭행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는 예외가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다고 해도 지금 규정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포토라인에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의 신상 공개를 놓고 법무부와 일선 검찰청은 이견을 보였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24일 “성폭력 처벌법 25조에 보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법경찰관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며 “예외 규정 허용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예외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 수사 당시 법무부와 검찰이 취했던 입장과 비교할 때 반대로 바뀐 모양새다.

원래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2009년 강호순과 같은 연쇄 살인범이 나오자 법무부가 먼저 내놓은 정책이기도 하다.

한편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 여성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한 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방 참가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거액을 벌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74명,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이다. 조씨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최대 20일간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조씨를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김민상·이가람·김민중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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