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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코로나로 전 세계 총생산의 10% 넘게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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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 진단

100년 전 스페인 독감 경제 피해

주요국 GDP -6%, 미국은 -12%

중앙일보

로버트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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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전 세계 총생산의 10% 혹은 그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로버트 배로(Robert Barro·75·사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치사율과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로 교수는 현재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연구 중이다. 당시 1차 세계 대전(1914~1918년)·대공황(1930년대)과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에 아직도 스페인 독감이 각국 사망률과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영향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배로 교수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당시 한국·미국·스페인·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전 세계 43개국에서 총 3900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인구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케임브리지 인근 자택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배로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Q : 스페인 독감은 어땠나.

A : “2년간 세 차례의 확장 시기를 거쳤다. 1918년 봄 최초 발병이 시작된 이후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같은 해 9월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이때 사망률이 가장 높았으며 1919년 1월까지 반 년간 지속됐다. 마지막은 1919년 2월부터 1920년 6월까지 1년 반 가까이 발병했다.”

Q : 스페인 독감은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나.

A : “1870년 이후 세계 거시경제에 가장 큰 쇼크를 준 세 가지 사건은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다. 스페인 독감이 그 다음이다. 주요국의 연간 GDP와 소비가 각각 평균 6%, 8%씩 줄었다. 미국의 경우 GDP가 1918년부터 1921년까지 12%나 감소했다.”

Q : 이번에도 세계 총생산이 6%나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인가.

A :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다. 아울러, 1년 안에 종식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 사례처럼 몇년간의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확산될 경우 2~3년에 걸쳐 10% 이상의 GDP 수축도 가능하다.”

Q : 스페인 독감이 정치에도 영향을 줬나.

A : “물론이다. 스페인 독감이 미국에 미친 악영향 때문에 (1차 세계대전 정리를 위한)베르사유 조약 체결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독일에 지나친 압박을 가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스페인 독감이 2차 세계 대전 발발에 간접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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