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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세상읽기] 코로나 위기 `과학기술 뉴딜`로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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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살아남은 동력은 위기 앞에 뭉치는 한국인 특유의 DNA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은 그 정반대로 '흩어지자'다. 예전의 위기 같으면 24시간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할 공무원은 아무도 직접 만나지 말고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라는 엄명을 받았다.

경제 부처 모 차관에게 저녁 7시께 전화를 걸어보니 '집'이라며 "만약 밖에서 누굴 만나다 감염이라도 되면 처벌받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직자가 당분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라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난감하기만 하다. 이번 바이러스만 진정되면 과연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초여름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날씨가 추워지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고 변종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들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약 160만개 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이 중 정체가 파악된 바이러스는 3000개 수준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이 '생물학적 테러'를 가할 위험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몸담은 카이스트에서는 신성철 총장 주재로 공대학장을 비롯해 최전선의 연구자들이 매일같이 위기 극복을 위한 회의를 열고 있는데(물론 마스크를 쓰고 한다) 여기서 오고 간 내용에 필자 소견을 보태 정리하자면 ABCD로 집약된다.

A는 AI, 인공지능을 뜻한다. 인공지능은 바이러스 탐지(detection)에서 보고 같은 초동 대응에서부터 이동 경로 추적, 확산 방지 모델 수립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B는 Bio, 바이오를 뜻한다. 이번에 나타났듯 한국 의료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갖가지 규제와 부족한 연구개발(R&D)로 인해 산업화가 되지 못했을 뿐이지 백신 개발을 비롯해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

C는 Clean, 청정을 뜻한다. '청정'은 전염병은 물론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직면한 시대의 키워드다(세간의 기대를 모은 카이스트 나노마스크는 사실 미세먼지 필터 기술에서 비롯됐다). 살균, 위생을 필두로 에너지와 모빌리티까지 모든 분야에 청정 테크놀로지가 필수다.

D는 Distance, 거리다. 학생들과 '원격수업(Distance Learning)'을 진행하면서 이것이 교육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임을 실감한다. 집체교육(Collective Learning)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낯선 일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원격 소통'은 이미 와 있는 세상이다. 민주노총이 그토록 반대해온 '원격의료'가 방역 전선에서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라. 5G 통신은 더 빨리 6G로 넘어가며 체감 높은 '재택경제'를 앞당길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천문학적 재정 투입에 나서고 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려는 나라도 있지만 자칫 날아가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적기에, 과감하게, 충분하게(timely, decisively, sufficiently).' 비상시국 재정 투입의 3대 원칙을 과학기술 '뉴딜'에 적용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의 토대를 남길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비범한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 본성의 회복성 여부는 커다란 질문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김상협 카이스트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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