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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TF현장] 동양대 조교 "검사님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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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재판에 동양대 조교가 증인으로 출석해 "검사가 불러주는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23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는 정 교수의 모습.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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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PC '위법수집증거' 논란…검찰 "양식 안내했을 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가 받는 '표창장 위조 의혹' 핵심 증거인 강사 휴게실 컴퓨터가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인물 중 한 명인 동양대 조교는 이날 증인대에서 "컴퓨터가 있던 강사 휴게실 총책임자는 제가 아닌 교양학부장"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의 직장인 동양대 행정지원차장 정모 씨와 조교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본체 2대를 임의제출한 인물들이다.

20년 넘게 학교 행정을 돌본 정 차장은 검찰 주신문에서 정 교수의 딸 조민(29) 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본 뒤 "20년간 학교에서 일을 하며 이같은 표창장 일련번호는 본 적 없다"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부총장 이하 6~7명의 학교 본부 관계자들이 회의를 열었을 때도 위조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조 씨가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기재된 어학 프로그램 역시 당시 수강인원이 1명밖에 되지 않아 폐강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정 차장 역시 이와 관련한 검사의 질문에 "지난해 동양대 진상조사단에서 확인한 결과 폐강된 프로그램이 맞다"고 확인했다.

반면 정씨가 표창장 업무를 잘 알 수 없는 위치라는 정황도 나왔다.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표창장 문제가 발생한 2012~2013년 당시 정씨는 시설팀장이었다. 행정조교나 각종 프로그램 상장 업무를 맡은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정씨는 "당시 시설 업무 외에 교양학부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봉사활동 프로그램 업무와 무관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민 씨 표창장 같은 일련번호 형태는 본 적이 없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발급한 표창장을 확인하지는 않았고 대장에 기재된 것만 보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당초 검찰이 정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하는데 핵심 증거가 됐던 컴퓨터 본체 2대의 확보 과정이었다. 임의제출이란 말그대로 물품 소유자가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인데, 정 차장 등을 '물품 소유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검찰이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압수하거나, 물품 소유자에게 임의로 제출받는 방법으로 나뉜다. 압수수색 영장도, 소유자 동의도 없이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간주돼 증거의 효력을 잃는다.

검찰 주신문에서 정 차장은 "교내 물품 총괄 책임자로서 강사 휴게실 본체 임의제출에 동의했고, 조교에게도 '검찰 수사에 잘 협조하라'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직접 동양대를 방문해 교내에 배치된 가구 등을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며 "학교 물품은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반면 정 차장 등이 임의제출한 본체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학교 소유가 아닌 물품을 교내 책임자가 임의로 제출한 건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취지다. 이에 정 차장은 "휴게실에 버려진, 방치된 물건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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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양대 총장 직인을 위조해 자녀의 표창장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동양대 전경. /뉴시스


정 차장에 이어 조교 김 씨가 증언대에 서자, 이들이 교내 물품 책임자인지도 모호해졌다. 김 씨는 '책임자가 정 차장이 맞냐'는 변호인 질문에 "검찰 수사 내내 차장님이 책임자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직접 찾아봤다. 강사 휴게실 총 책임자는 차장님이 아닌 교양학부장"이라며 "행정지원처는 어디까지나 협조 부서고 최종 결재는 교양학부장 담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교내 컴퓨터와 제작사가 달랐고, 제 전임자도 퇴직자가 두고간 물건들이 몇 개 있을 거라고만 해서 저도 그렇게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본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의 것임을 인지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김 씨는 "수사관이 본체를 모니터에 연결해 부팅을 시도하던 중 '어? 조국 폴더다. 검사님 모셔와'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조국 폴더' 안에는 형법과 민법 관련 자료들이 있었다. 저도 그 때 '정경심 교수님의 컴퓨터였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증언과 달리 김 씨가 지난해 9월10일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에는 "(본체가) 원래 학교에 반납했어야할 물건인데 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본체를) 임의제출했다" 등 본체가 교내 물품이었고 교직원인 김 씨와 정 차장이 임의로 제출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쓰였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주신문과 반대신문은 물론 재판부가 직접 되물었을 때도 "검사가 불러준 대로 썼다"고 일관되게 설명했다. 수십여명 인파에 비해 고요했던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다르고 '어'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임자가 구두로 이야기해줬다고 진술했는데, '인수인계받았다고 써라'해서 그렇게 썼습니다. 저는 (본체를) 그냥 휴게실에 뒀다고 말했는데, 검사님은 '그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제가 바빠서 그냥 둔 물건인데 '원래 학교에 바로 반납해야할 물건인데 하지 않은 것이 맞지'라고 물어 그렇게 적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거짓말한게 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그럴 일 없다'고 하셨습니다. 말미에 '컴퓨터 두 대 자발적으로 임의제출 했다고 써라'고 하셔서 그렇게 썼습니다." (조교 김 씨)

검찰은 "참고인들은 대부분 처음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진술을 어떻게 써야 제대로 전달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검사로서 안내해드린 것"이라며 "증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진술서에 쓰게 하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처음에는 컴퓨터 주인이 모호했더라도 '조국 폴더'가 나와 정 교수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 정식 압수수색 절차를 밟거나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어야 한다"며 "임의제출이라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정 교수의 공판은 30일 오전 10시 속행된다. 표창장 위조 의혹의 정점에 서있는 최성해(67) 동양대 총장이 증인석에 설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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