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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가격표 붙은 물건처럼…'n번방' 성착취물 끊임없이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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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영상 팝니다" SNS 타고 음지에서 거래…대포통장 이용은 일반적

전문가들 "처벌 강화하고 영상 차단·유포자 추적 체계 갖춰야"

연합뉴스

'n번방 영상' 등 불법 성착취물을 거래하는 SNS 이용자들
[독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n번방 영상도 가지고 있어요. 미성년자가 나오는 영상까지 포함해서 60만원에 보내드릴게요."

'박사방'으로 불린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구속)씨의 범죄행각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법으로 만들어져 유포된 착취물 상당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몰래 거래돼 2차 피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사이버상의 불법 성 착취물 유통 실태를 잘 아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n번방'과 그 파생인 '박사방'에서 나온 영상들은 내용물에 따라 5만원에서 수십만원대까지 가격에 '물건'처럼 거래됐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불법 음란물에 가격표까지 붙여놓고 구매자들을 끌어모았다.

한 판매자는 성 착취 영상 썸네일과 함께 "영상 300개에 5만원, 1천개에 9만원이다. 낱개로 구매는 못 한다"고 가격을 제시했다. 다른 판매자도 "영상 200GB에 2만원, 500GB에 4만원이고 n번방, 박사방 자료는 각각 4만원에 판다"며 "가지고 있는 영상을 다 구매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제시한 영상물 대다수는 미성년자가 등장하거나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었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 대포통장 사용은 일반적인 일에 가까웠다.

한 성 착취물 판매자는 A씨가 '영상 값을 입금할 테니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대포통장이라서 확인을 해야 한다"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좌번호를 불러주기도 했다. "문화상품권 아니면 계좌이체만 받는다"고 한 다른 판매자는 A씨가 "본인 명의 계좌가 맞느냐"고 묻자 "타인 계좌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구속 이후 텔레그램 이용자들이 나누는 대화
[독자 제공]



'박사' 조씨가 구속되고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성 착취물 구매자들은 점점 더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종전에 운영하던 대화방을 삭제하고 '대피소'라 불리는 별도 대화방으로 옮겨가거나, 단속에 대비해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잘 처리하라', '접속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등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조씨가 구속된 뒤에도 성 착취물이 끊임없이 확산하며 2차 가해를 반복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뿐 아니라 영상 유포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 장면이 계속해서 인터넷에 떠돈다는 사실에 큰 공포심을 안고 살아간다"며 "n번방 참가자들은 서로 공모해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어 상응하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동시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동 성 착취물이나 불법촬영물 등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갖도록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도 "사이버 성 착취 범죄자들에게 '안전지대'를 주어선 안 되며 언제든지 검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해야 한다"면서 "영상을 추적해 차단하고, 제작·유포한 이들도 검거하는 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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