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6 (목)

"코로나로 해고? 왜 우리만…" 동방항공 韓 승무원의 설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방항공, 무기직 전환 사흘 앞두고 한국 승무원 전원 해고

승무원들 "차별대우보다 좋아하는 직장 잃는 게 더 고통"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노컷뉴스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 계약하고, 코로나가 터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면 한국이 확진자가 적었으면 재계약이 됐을까하는 생각들…."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부터 A(27‧여)씨의 머릿속에서는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물음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벌점도 없는데, 왜?". 납득이 안 됐다.

◇ 동방항공, 무기직 전환 사흘 앞두고 한국 승무원 전원 해고

중국의 3대 민영항공사인 동방항공이 A씨를 포함한 73명의 한국인 승무원에 대해 계약만료 통보를 한 날은 지난 9일. 2년 기간제계약이 끝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고작 사흘 앞두고였다.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중 노선이 타격을 입어 한국인 기간제 승무원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습적인 해고였다. 73명 중 어느 누구도 회사가 그들을 버릴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회사는 재계약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었기에, 누구는 새집도 계약했다.

승무원 B(28‧여)씨는 "통상적으로 계약직으로 뽑은 다음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데, 직전 기수도 100% 전환됐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며 "회사 관리자분도 재계약이 된다고 말씀하셔서 최근에 집도 구했다. 당장 월세를 내야 하는데 난감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동방항공측은 한국인 승무원에 대해 최근까지 교육을 지시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들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승무원 C(25‧여)씨는 "2월에 지시한 교육의 만료 시한이 계약 만료 시점(3월 11일)을 넘긴 3월 말일까지 였다"며 "게다가 유니폼도 신청하라고 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신체검사 일정까지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당연히 재계약이 될 거라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C씨는 또 "객관적인 기준 없이 코로나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국 승무원들만 집단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 승무원들보다 일주일 앞서 계약한 일본 승무원들은 현재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며 다른 국적 승무원들과의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사태 전에도 동방항공측의 한국 승무원들에 대한 차별 대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타국 승무원들은 숙소를 고정적인 1인 1실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한국 승무원들은 2인 1실에, 2박 이상 비행을 나갈 때면 무조건 체크아웃을 하도록 했다. 한국 승무원들은 어쩔 수 없이 4~5개나 되는 짐을 싸고 풀었다를 반복해야 했다.

B씨는 "다른 나라 승무원들은 상여금도 있고 진급 수당도 있지만, 한국 승무원들은 상여금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고, 진급을 해도 아무런 수당도 없다"고 털어놨다.

동방항공측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한국 승무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부당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우한을 비롯한 중국내 국내 노선에 한국 승무원들을 배치시켰다.

승무원 D(26‧여)씨는 "외국인 승무원 중에는 한국 승무원만 우한이나 중국내 비행 스케줄이 잡혔다"며 "김포에서 제주, 제주에서 부산 가는 노선에 외국인 승무원을 태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측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 승무원들 "차별대우보다 좋아하는 직장 잃는 게 더 고통"

동방항공측은 해당 승무원에게 개별 연락해 기존 퇴직금 외에 2개월분 급여를 위로금으로 추가 지급하겠다며 퇴직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한국 승무원들은 개별 퇴직 합의를 거부하고 '중국 동방항공 14기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해고 무효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다른 외국 승무원들과의 차별 대우보다는 사측의 부당한 해고를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C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승무원 꿈을 가지고 준비를 했고, 정말 어려운 조건 속에서 취업을 한 것"이라며 "차별 대우를 받을 지라도 이 일이 좋아서 참고 견뎌왔다. 좋아하는 일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