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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현금 확보나선 증권사들 `캐피털債` 투매…제2금융권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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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조달 비상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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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 직격탄을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업계가 가장 먼저 맞게 된 것은 여신전문금융채 발행 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여전업계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 여전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인데 이들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저신용자가 많이 찾는 캐피털사는 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자산 부실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이 곧 회사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자들이 여전채를 꺼리는 이유다. 한 캐피털사 고위 관계자는 "채권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위험한 업종을 여신전문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등급 금융채 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이달 초 34.9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20일 기준 48.7bp로 확대됐다. 이는 여전채 발행 때 회사가 내야 하는 이자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손실 공포감이 여전업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LS는 각국 대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기초자산이 35~60% 하락하지 않으면 당초 약정했던 이율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에 통상 여전채가 담기는데, 최근 주가 폭락으로 ELS 발행이 위축되면서 여전채 수요가 덩달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발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여전채에 대한 신규 수요가 줄어든 것은 물론 향후 현금 확보 차원에서 유동성이 가장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전채를 투매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LS 발행 잔액은 약 48조원인데 대략 10~15%(4조800억~7조2000억원)가 여전채다.

유동성 측면에서 여전채가 국고채·통안채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에서 여전채의 만기 연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ELS 잔액이 유지되면 여전채 만기 연장 등을 할 수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인 상황이기에 여전채보다는 국고채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상당수 캐피털사는 사실상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일부 캐피털사는 앞으로 상환되는 금액 안에서만 새로운 대출을 하기로 했다. 상용차 대출 비중이 높은 B사도 회사채 발행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카고 트럭이나 전세버스 운행이 줄면서 차주들의 원금 상환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역시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도 회사채 시장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캐피털사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카드사들은 돈줄이 마르기 전에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실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올 1~3월 기타 금융채 발행액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주에만 평소보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 1700억원, 우리카드 1400억원, 신한카드 1000억원, 삼성카드가 2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실제 신한카드가 지난 18일 발행한 만기 5년짜리 회사채 금리는 1.92%로 지난 4일(1.51%)보다 0.41%포인트 높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예정보다 많은 금액을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중·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인 카드·캐피털사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의 대출 최전방이 무너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여전채 유동성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서 여전채 등을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카드·캐피털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캐피털사들은 유동성 위기로 금융당국에서 지원을 받았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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