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국 확진자 늘면서 불안감 가중
중국·일본에 비해 느슨한 정부 통제 지적
검사비, 자가격리 비용 예산 투입 비판도
외교부, 전세계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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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해외 입국자 비중이 높아지자 이들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신규 확진자 64명 중 14명(21.9%)이 해외 입국자로, 현재까지 누적된 해외 입국 확진자는 144명이다. 이들은 21일 7명, 22일 11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해외 감염원의 역유입 차단에 방역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모든 입국자에게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 데 이어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나아가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북미발 입국자는 유럽의 2배가 넘는 대규모”라고 지적하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추가조치 시행을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입국 제한조치가 지나치게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일본은 26일 0시부터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자택이나 호텔 등에서 2주간 격리하도록 했다. 일본은 한국, 중국 등 40개국에도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23일부터 베이징 공항에 모든 국제선 착륙을 막고 인근 도시에 먼저 내린 뒤 방역 절차를 밟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 해외 유입 자체를 최소화하기 나름의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여전히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을 제외하곤 전면적인 입국 금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지금도 흐름을 통제하되 문은 닫지 않는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큰 틀에서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투명성, 개방성, 민주적 절차라는 3원칙을 통해 외신의 호평을 받아온 정부로서도 선뜻 정책 방향을 선회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면적 입국제한을 하면 통제 면에선 수월할지 몰라도 상황이 나아지면 후과가 더 크게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19, 해외유입 추정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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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입 전면 차단이 어렵다면 최소한 코로나19 검사비와 자가격리 비용은 자부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유럽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모든 검역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부담한다. 22일 하루 유럽발 항공편 6편을 통해 입국한 사람은 1442명. 이들은 1인당 15만원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음성 판정되더라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내·외국인에게는 정부 예산으로 생활비가 지원되는데, 지난 14일 기준으로 1인 가구당 45만4900원이다.
반면 일본은 호텔 체류비 등 의무 격리에 드는 비용은 모두 개인 부담이다. 중국 베이징시도 지난 14일 역외 유입 환자가 중국의 기초 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비용이 전액 면제되지만, 미가입자는 본인 부담이라고 밝혔다. 하와이도 내ㆍ외국인과 국내ㆍ국제선 여부, 하와이 거주자를 불문하고 26일 자정부터 모든 승객에 대해 14일간 의무 격리를 한다며 비용은 모두 개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도 자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중국 이외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18일(현지시간) 오후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전세기로 출국하는 이란 교민과 주재원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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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기를 통해 귀국하려는 교민들에 대해서도 눈초리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1인당 전세기 요금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수송부터 코로나19 검사비 등 정부 예산이 적잖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투입이 결정된 이탈리아 전세기의 경우 현지 교민 650명 정도가 탑승 희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스페인 한인회도 귀국 수요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논란 이후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때를 놓쳤다. 정부가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을 땐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내세우더니 WHO가 팬더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했을 땐 아무런 후속 대응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교부는 다음달 23일까지 한달 동안 전 세계 국가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해외여행 취소 또는 연기를 권고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와 3단계 철수권고에 준하는 조치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편 등이 정상 운행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급적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고, 이에 취소 또는 연기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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