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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與野, 'n번방'에 뒤늦은 분노…성범죄개정안은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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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재발금지 3법 발의…"국회 재소집해서라도 처리하겠다"

통합 "'박사' 포토라인 못 세우는 건 조국 탓"…안철수 "함정수사 허용해야"

n번방 국민청원, 법사위서 하루 만에 다른 개정안과 병합 처리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 "일기장에 혼자 그림 그린 것" 등 성인지감수성 논란

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이도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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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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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메신저)에서 여성과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고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을 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재발방지법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n번방 방지법'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1호에 올랐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기존에 계류 중이던 딥페이크(동영상 등에 얼굴 합성) 처벌 관련 성폭력특례법 개정안과 병합해 통과시키면서 졸속 입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與 '재발금지 3법' 발의…野는 조국 탓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백혜련 의원)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을 23일 발의했다.

이들은 "'여성'으로서,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 대한 사법 당국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는 것, 가해를 가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 성 불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가해자 '박사' '갓갓'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공모자 26만 명 (중복 추산)이라는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에는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벅죄로 처벌 △상습범 가중처벌·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시 처벌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의당 여성 예비후보들도 전날 "사법부는 혐의의 중대성을 충분히 감안해 무관용 원칙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처벌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형량을 구형하고 선고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공약을 언급하면서 "n번방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좌우,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해서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함정수사·유도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스토킹 방지법과 그루밍 방지법 등을 발표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24일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일명 '박사' 조모씨의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검찰개혁으로 인해 조씨를 포토라인에 세우기 어렵게 됐다는 주장이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자고 주장한 장관이 누구인가"라며 "검찰이 누구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압박으로 포토라인이 폐지됐는가. 실제로 포토라인 폐지로 바로 수혜를 입은 사람이 누구의 가족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다른 통합당 위원들도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동참했다.

통합당 신보라 최고위원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용의자 신상공개와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요구하는 인원이 200만명을 넘어섰다"며 "이 국민들에게 정부,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즉각적으로 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자고 주장한 장관이 누구인가. 검찰이 누구에 대해 수사를 하다가 압박으로 포토라인이 폐지되었나. 실제, 포토라인 폐지로 바로 수혜를 입은 사람이 누구의 가족이냐"고 반문했다.

조 전 법무부장관은 재직 당시 법무부는 기존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 '인권보호수사규칙'으로 상향·개정했다. 공개소환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기면서 대검찰청도 26년 만에 포토라인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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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 운영 20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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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뒤 국회 재소집해서라도 처리"…성범죄개정안 무더기 계류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3일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잔인해지는데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기존 형법조항이 적용돼다 보니 국민 법감정에 비해 낮은 처벌을 받고 있다"며 "촬영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영상으로 협박하면 처벌하는 법, 공무원이 음란물을 유포하면 직위해제 하는 등 다양한 법이 발의돼 있다. 이 법들을 모아서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악성코드처럼 퍼뜨리는 성범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n번방 사건재발 금지 3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노력하겠다. 20대 국회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총선을 치르고 다시 국회를 소집하는 한이 있더라도 처리를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엔 유사한 성폭력재발방지법이 쌓여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디지털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의무 위반 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불법촬영 피해자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했을 때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총선을 20 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과연 20대 국회에서 법안들이 통과될지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법사위 위원들, 성인지 감수성 '제로'…"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거냐"

n번방 사건이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 뒤늦게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법사위는 n번방과 관련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국회청원을 단 하루 만에 심사를 마친 뒤 딥페이크 처벌 관련 성폭력특례법 등과 병합해 심사했다.

△텔레그램 해외서버 수사를 위한 경찰 국제 공조수사 △수사기관 내 디지털성범죄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강한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은 국회 입법의 범위를 넘어간다며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데다 여성 의원인 백혜련 의원을 제외한 일부 법사위원들은 사안에 대한 무지함과 성범죄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굳이 새로운 구성요건을 만들 필요가 있나. 그냥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면 음란물로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며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냐"고 말했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은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갖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것이냐"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데 처벌을 해야 되는 문제가 나온다"고 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도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고 해 여성계로부터 비난을 샀다.

백혜련 의원은 "피해자가 동의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봤을 때, 당사자가 봤을 때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영상이다. 그러면 그거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고 처벌하지 않을 것인가. 저는 그 표현 문제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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