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CP 매입 현행법상 불가능…법률검토서 결론"
마진콜 비상 증권사 유동성 지원…채안펀드, 금융기관 출자금의 50% 지원할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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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민정혜 기자 =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기업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신 '10조+알파' 규모로 조성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들에 출자액의 50%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한은은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충한다. 현행 5개사인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비은행기관을 통안증권 대상 및 국고채전문딜러(PD) 증권사까지 확대한다. 이로써 RP 대상 증권사는 5곳에서 16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마진콜 문제로 증권사들이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자금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며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나온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P·회사채, 안정성·유동성 충분하지 못해 매입 불가"
23일 한은 관계자는 "최근 법규제도실에서 회사채와 CP 매입이 현행법상 가능한지 검토했으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국채,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정한 유가증권을 공개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대차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해당 유가증권이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회사채와 CP가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최종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CP매입기구(CPFF)를 통해 단기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것처럼 기구를 설립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은은 기구 설립을 통한 회사채와 CP 매입 역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이 기구를 설립해 CP 등을 매입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손실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관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기구 설립을 통한 CP 등 매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ELS 마진콜 비상걸린 증권사 유동성 긴급 지원
한은도 RP 대상 증권사에 통안증권 대상 및 국고채전문딜러(PD) 증권사를 포함했다. 이로써 기존 5곳에서 16곳으로 늘었다. 또 RP 대상증권에 공기업 특수채를 포함하기로 했다. 현재 RP대상 증권은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와 지난 19일 포함된 은행채다.
이번 조치는 ELS 헤지거래 달러 마진콜 문제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내 대형 증권사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특히 증권사들이 단기자금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며 CP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나온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또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 등 5개 RP 대상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진행한다. 한은은 우선 3월24일에 14일물 또는 28일물 RP 매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은 대출담보증권도 은행채와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RP 대상기관 확대, RP 대상증권과 대출담보증권 확대는 조만간 금융통화위원회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안펀드 10조 중 50% 지원…'한미 통화스와프' 600억달러 내달 중순부터 공급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채안펀드 참여 금융기관에 출자액의 50% 수준의 유동성 공급을 추진 중이다. 정확한 유동성 지원 비율은 내부 논의 중이지만, 2008년과 같이 출자금의 50%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한은은 채안펀드에 출자한 은행·보험사·증권사 등에 출자금의 50% 수준인 2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당시 한은은 해당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등을 RP(환매조건부 채권) 매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에도 같은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채안펀드 지원 규모가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채안펀드 규모가 커지면 한은의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액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일시적으로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는데 사용된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번에도 채안펀드 규모는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08년에 10조원 규모로 했으니 상식적으로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최소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본계약이 체결되는대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경우보다 빠르게 달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달러 공급은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0월30일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고 약 1개월 뒤인 11월 27일, 한은은 자금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2일부터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달러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2008년 통화스와프는 처음 있었던 일이다 보니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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