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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막차로 집산 30대…코로나·공시가 폭탄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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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가장 많이 서울 아파트를 산 세대인 30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값 하락 공포와 공시가 급등으로 인한 보유세 폭탄을 동시에 맞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에서 집을 산 30대가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공시가 급등으로 세금 부담까지 커지자 계약 파기나 급매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33)는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에 13억5000만원짜리 전용 84㎡의 실거주 아파트를 마련했다. 부부 합산 소득이 700만원이며 부부가 모두 공무원인 김씨는 안정적인 소득을 믿고 신용대출을 합쳐 한계치(5억원)까지 은행 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벌써부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가 집을 마련한 영등포의 경우 올해 강남3구와 양천구의 뒤를 이어 서울 내에서 다섯 번째로 공시가 상승률(16.81%)이 높은 지역이다. A씨의 집도 이번에 공시가 9억원이 넘어 종부세를 내야 할 처지다. A씨는 "사자마자 집값이 크게 떨어진다고 하니 대출과 세금 때문에라도 급하게 다시 집을 팔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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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개인사업가 박 모씨(38)는 지난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한 재개발 빌라(투자용)와 서울 아파트(실거주용)를 동시에 구입했다. 박씨는 주택 구입자금 총 9억원을 자기자본 거의 없이 대부분 은행 법인대출과 개인적인 차입금(차용증을 쓴 개인 간 대여)만으로 충당한 데다 2주택자로 높은 보유세를 내야 할 상황이다. 박씨는 "서울 집은 계약만 하고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인데 계약금을 포기해야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약제도 변화(전용 85㎡ 이하 추첨제 폐지)로 청약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한 30대 맞벌이 부부들은 지난해부터 올 초에 걸쳐 무리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다의 준말)로 내 집 마련을 한 사례가 많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7만1734건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28.8%인 2만691건을 매입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대 건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후 금융위기나 부동산 하락기를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30대 부부들이 느끼는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감은 장기간 집을 보유해 이미 높은 수익률을 확보한 50대 이상 기성세대보다 클 수밖에 없다.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아파트)이 차지하고 대출 원리금을 한 달에 수백만 원씩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임대사업자 혜택 확대, 정비사업 규제 등 연이은 정책 헛발질로 집값을 올린 것이 30대 부부들이 급한 마음에 집을 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주요 소비계층인 30대 부부들의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 침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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