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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항생제 등 제네릭 탈피…항암제 혁신신약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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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항생제 등 기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위주에서 희귀질환, 항암제 등 혁신신약 비중을 높이겠다."

지난주 서울 잠실에 있는 영진약품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준 대표(54)는 "회사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로는 안 되고,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혁신신약 개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릭과 혁신신약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 비중을 현재 50대50에서 향후 20대80으로 바꿔놓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신약 기반을 닦기 위해 이 대표는 변동성이 작은 국내 매출액을 현재 13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영진약품 매출은 2004년 화의 종결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2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부임 후 안정적인 국내외 거래처를 확보하고 재고 관리 등에 힘쓴 결과 지난해 긍정적인 실적을 얻었다"며 "해외 매출 성장세가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영진약품의 국내외 매출 비중은 6대4 정도다. 수출액 가운데 75%를 일본이 차지할 정도로 일본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대표는 일본 편중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국 진출을 계획해왔다. 그는 "올해 말에 항생제, 소아 비타민제 등 다수 의약품과 원료를 중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며 "중국 의약품 시장에 본격 시동을 거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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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은 최근 3~4년 전부터 혁신신약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회사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 물질인 'KL1333'을 2017년 스웨덴 바이오 업체에 5700만달러(약 680억원)에 기술수출한 뒤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영국에서 글로벌 임상1상 마지막 단계로 하반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해당 물질은 2007년 1월에 합병한 KT&G생명과학이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영진약품이 기술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연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KL1333이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며 "영진약품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최초의 합성 혁신신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진약품이 자체 개발한 항암 신약물질 'YPN-005'도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신약물질로 꼽힌다. YPN-005는 발암 유전자를 조절해 혈액암, 유방암 등에서 우수한 항암 활성을 보인다. 이 대표는 "기존 항암제로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YPN-005 임상1상을 내년 상반기 계획 중"이라며 "다른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기술수출과 동시에 글로벌 신약 제품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혁신신약 포트폴리오를 항암제, 중추신경계(CNS), 희귀질환 각각 7대2대1 비중으로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혁신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실력 있는 바이오벤처와 제휴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부에서 2~3개 후보물질을 들여와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2년 설립된 영진약품은 1980~1990년대 국내 톱3 제약사였지만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파산한 뒤 법정 화의 절차를 거쳐 2004년 KT&G에 인수됐다. 앞서 2003년 KT&G가 담배 사업 외에 향후 성장동력 중 하나로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바이오메디컬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컨설팅회사 AT커니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장, GSK와 동아ST에서 글로벌 사업개발 전략 담당 임원을 지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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