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선별진료소에서 유증상 여행객들이 검역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검역당국은 전날부터 유럽발 전 여행객들의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작했다. 영종도=공항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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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을 덮치면서 정부가 22일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한 진단 검사에 들어갔지만 예외도 있다. 항공기 승무원들이다. 이로 인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유럽에서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모든 승객 대상 신종 코로나 진단 검사가 시행됐다. 유증상자는 검역소 선별진료소에서, 무증상자는 지정된 임시생활시설에서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음성’ 판명자도 14일간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
정부는 유럽 상황이 지난 1, 2월 중국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검역 조치를 강화했다. 뒤늦게 바이러스가 퍼진 유럽에선 22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가 16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확진자의 두 배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5만9,138명으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스페인(2만9,909명) 독일(2만6,198명) 프랑스(1만6,018명) 등에서도 매일 확진자가 수천 명씩 늘고 있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전수 검사지만 승무원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건강상태 질문서만 제출한 뒤 입국하고 있다. 고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엔 항공사에 보고하고 자가격리를 하는데 그친다. 방역당국은 승무원들을 전수 검사 대상에서 뺀 이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항공업계에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재외 국민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지난 15∼21일 해외 입국 확진자 74명 중 54명(72.9%)이 유럽에서 들어왔고, 전날 유럽발 입국자(1,442명) 중 유증상자도 152명이나 됐다. 유럽발 여객기가 10시간 이상 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누군지 모르는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노선에서 일하는 승무원 A씨는 “비행 일정상 현지에서 이틀 가량 대기하는 승무원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데 별도 검사를 받을 수 없어 답답하다”며 “운항 중에는 어떤 고객이 확진자일지 몰라 서비스를 하면서도 내내 불안하다”고 했다. 승무원 B씨도 “내가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선별진료소에 문의했지만 의심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비행기마다 확진자가 나오는데, 해당 구역에서 일한 직원만 격리조치를 하는 게 전부”라고 우려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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