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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대기업 4월 유동성 위기설…모든 정책 테이블에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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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만기 도래 회사채 6.5조원…"지급한계 속출"

대책은 한발씩 늦어…"빨리 확정하고 새 대책 발굴할 때"

뉴스1

(자료사진) 2020.3.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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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들이 예상보다 이른 시간 안에 흑자도산에 처할 것이란 소문과 함께, 대기업이 무너지면서 중소기업으로 연쇄 피해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기존에 언급한 대책은 최대한 빠르게 시행하고, 부가가치세 인하를 비롯해 건드려 보지 않았던 카드도 미리 준비해서 적시에 꺼낼 수 있어야만 대기업 발(發) 연쇄 파도를 막을 수 있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오전 10시30분 예정된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지난 회의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50조원 규모 금융지원에 치중했다면, 이번 회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집중한다.

◇투자격격 회사채 마저 지급 불가 조짐…한계기업 초단기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대기업·중견기업이 이미 등장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대표적으로 신용등급이 BBB인 '투자 적격' 회사채마저 지급이 불가할 조짐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견 여행사, 항공사가 우려된다. 이들 한계기업에 긴급한 초단기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대기업도 흑자도산을 맞을 수 있다"며 "괜찮은 회사지만 코로나 때문에 경영이 일시적으로 안 되는 곳, 중견기업 역시 위기"라고 평가했다.

흑자도산이란 경영에 문제가 없던 기업이 일시적으로 자금변통이 안 돼 급작스레 부도가 나는 것을 가리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거나 지급 불능 근처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생각보다 대기업도 상당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의 '속도와 시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보니 이달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해도, 4월 중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6조5495억원에 달한다.

이들 회사채 중 소수의 우량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의 불확실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국내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지로 크게 번지면서, 단기자금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저비용항공사(LCC), 대형항공사(FSC)를 가리지 않고 항공사들이 유동성 지원 없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2개월로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대책은 지금껏 마땅히 나온 바가 없다.

앞선 비상경제회의에서 내놓은 안정펀드(채권과 증시 일부 종목에 한시 투자하는 금융권 공동출자 펀드) 조성과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 활용 등의 방안이 그나마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마저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못했다.

안정펀드의 경우, 채권 10조원대, 증시 5조~10조원대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규모나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적극 활용하겠다"는 약속만 나온 상태다.

◇대책 늦으면 효과 저하…테이블 위에 모든 대책 올려놓아야

대책 확정이 늦는 만큼 기업의 어려움은 깊어지고, 시장의 기대도 식으면서 대책의 효과 저하가 우려된다. 회사채 지급보증, 기업어음(CP) 매입 등 별도 대책 마련과 함께 기존 대책의 조속한 실행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대책을 초단기·중기·장기로 나눠야 하고,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안 된다"면서 "정부는 양손 위에 정책을 올려놓고 있어야 한다. 모든 걸 준비해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놓고, 필요한 시점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긴급금융지원, 세제지원 등에도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친다.

성 교수는 "기업 유동성을 저리·무이자 수준으로 지원하면 기본적으로 정부 부담이 적다"면서 "법인에 대한 금융지원은 개인에 대한 대출보다 상환이 안 될 우려가 적어서 현실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최저한세제 폐지를 요구한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회에 제출한 40대 입법개선 과제에도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의 경우 세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서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신 부가세 인하나 사회보험료 경감 등 금융지원보다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되면서도 재정에 구멍을 내지 않는 새로운 지원책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정부 대책이 한 박자씩 늦는 이유는 이전에 했던 대책을 자꾸 찾으려 하는 관성에 있다"면서 "이전에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정책을, 특히 재정 쪽에서 발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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