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란에 대한 물품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적극적으로 미국, 이란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한국에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1638명, 사망자 1685명에 달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필수적 의약품마저 공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기본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며 “스위스 메커니즘을 참고해서 인도적 지원 (절차)을 확립하려는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스위스 메커니즘’은 스위스 정부가 미국의 제재 하에 놓인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SHTA)’를 뜻한다. 스위스 내 식품·의약품·의료 분야 업체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한 뒤 그 대금을 스위스의 은행이 보증하고, 다시 미 재무부는 스위스 은행과 업체 거래가 미 국내법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증하는 방식이다.
미 재무부도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이란에 의약품 등의 무역을 허용하도록 제재를 완화했다. 재무부는 당시 “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는 이제 온전하게 작동하고 있다(fully operational)”며 “이는 이란인들에게 인도적 물품이 전달되도록 촉진하는 동시에 이란 정권이 목적으로 인도적 교역을 왜곡 다이벌전 하는 것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는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과 관련 “전세계적으로 취약한 나라에 지원하는 것은 양자적 차원의 지원이라라기보다 크게 보면 국제공조 차원”이라며 “해외 역유입 (우려를) 차단하고 개선하려면 취약 국가들을 국제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코로나19 지원 제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2일(현지시간) 신년 연설에서 “미국이 여러 차례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며 “그들이 제공하는 약이 바이러스를 이란에 더 퍼뜨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21일 이란 테헤란 북서쪽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이란 몰’ 안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설치된 긴급 병원 시설을 한 의료진이 점검하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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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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