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이 온통 코로나 19에 쏠린 틈을 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 각 당의 비례대표 공천 작업이 곳곳에서 삐꺽 대며 요란한 잡음을 내고 있다. 며칠 전 미래통합당과 위성당인 미래한국당의 갈등이 폭발한 데 이어 범여권 비례전담 더불어시민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파열음이 새 나오고 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당 심사를 거쳐 검증된 자신들을 시민당 비례대표 명단 앞순위에 배치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한 것이다. 시민당에 가세한 무명의 신생 군소당 후보들에게 앞순위를 내주는 것은 시민당이 유일한 여당의 비례당이라는 인식을 흐려놓아 표의 응집력을 떨어뜨릴 거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민주당 국민공천심사단 참가자들도 성명에서 후보를 급조하려는 시민당을 비판하고 당 후보를 방치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 여파 속에 시민당은 23일 오전 비례대표 공천 명부를 내놓으려다가 오후로 미뤄 후보 명단 34명을 확정, 발표했다. 순번까지 지정된 공천 명부가 순조롭게 확정되느냐, 마느냐는 당선권 순위 결정과 민주당 몫 확대 여부에 달렸다. 자칫 민주당과 시민당 텐트 속으로 들어온 여타 소수당 간 공천 싸움이 커진다면 선거법 개정을 이끈 집권당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으며 득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울지 모른다.
또 다른 범여권 비례전문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친(親) 조국 전 법무장관 인사 다수가 참여하여 비례대표 순번 배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 공천에서 밀려난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창당을 주도하여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민주당이 거리를 두려는 정당이다. 한 뿌리여서 선거 후 결국 다시 하나가 된다고는 하지만 지금 둘은 다른 정당이고 시민당이 민주당의 비례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 정당에서 민주당 공천 도전을 중도에 포기하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의겸 전 대변인이 약속을 번복하고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는 것은 신의 없고 가벼운 처신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사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이 공천 경쟁에 가세해 '조국 프레임'을 다시 띄우려는 것도 시비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민주당의 중도층 손실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을 그들만 모르는지 알 길이 없다.
모(母)정당인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재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한국당은 공천 명단을 크게 바꿔 이날 확정했다. 한국당 한선교 전 대표가 사퇴한 지 나흘 만이고 후임인 원유철 대표 체제의 새로운 공천관리위원회가 들어선 지 이틀 만이다. 아무리 위성정당의 속전속결 공천 뒤집기라지만 명색이 공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이 이렇게 쉽게 뒤집혀서야 무슨 권위가 있겠으며, 후보들의 경쟁력 또한 보장할 수 있겠는가 싶다. 이러한 거대 양당의 꼼수 틈바구니에서 부동층을 흡수하려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역시 비례대표 당선권을 이태규 (2번) 전 의원과 권은희(3번) 의원 같은 이들에게 배분하여 국회의원 우회 연속당선과 대표 측근 구제용으로 비례 명부를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비제 의석 경쟁에 맞물려 유례없는 공천 혼돈이 이어지고 있지만 끝내 모든 문제는 정리되고 각 당은 선거를 치를 것이다. 원칙을 지키며 좋은 후보를 가려낸 정당들이 웃는 선거 결과가 나오게끔 유권자들은 끝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최종 선택을 벼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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