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만났습니다]엄중식 "코로나 숨고르기…장기전 대비 싹 정리정돈 할 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규 확진자 줄어 한숨 돌리며 그간 문제 정비할 때

중앙정부·지자체·의료기관 문제 싹 정리해야

병원에 대한 인력·자원 지원 방안 분명히 제시해야

내주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가를 1차 분수령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숨 돌리는 시간은 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을 싹 한번 정리해서 잘 안 됐다는 것을 다 정비해야 합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상황과 관련해 “코로나19사태는 어차피 짧게 안 끝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엄 교수는 “대구 경북 지역은 신규 확진자가 분명히 줄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며 “교외와 콜센터 등 소규모 집단에서의 감염 유행이 생기고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한달 이상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올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다음주가 코로나19 확산의 향방을 점검할 수 있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주면 사회적 거리두기 얘기를 꺼낸 지 한 달이 되고 서울 콜센터의 감염자의 접촉자 잠복기가 끝난다”며 “23일경을 지나면 유행이 잠잠해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예상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중요하다”며 “병원과 콜센터 등 좁은 공간의 밀폐된 상황에서 밀접 접촉을 하는 행위를 끊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할 때도 어떻게 돌아갈지 ‘복귀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정책에 대해서는 “위기소통과 자원관리의 실패 사례”라며 “1월말 2월초에 마스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꼭 필요한 데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는데 공평하게 나눠주는 데만 집중하다 모두가 모자란 상황이 돼버렸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주춤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전체 감염자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대구 경북의 클러스터(cluster·감염집단)에서 환자가 줄고는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이 줄어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교외, 콜센터 등에서 작은 집단의 감염 유행이 생기고 있다. 대구 경북은 분명히 줄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발병률이 낮은 소아·청소년의 ‘조용한 전파집단’ 우려가 나온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문제와 연결돼 있는데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도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감염은 가능한 거 같지만 확실하지 않다. 전체 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증명된 사례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다. 또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유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평가가 이뤄진 게 없다. 게다가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다. 사실상 방역 입장에서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려낼 방법도 없고 막아날 방법도 없다. 증명이 안 된 상태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게 우려스럽고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다.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상황인데 해외 감염자 유입 차단을 위해 입국 금지 필요성은 없나

△유럽연합(EU)을 막고 미국을 막을 자신이 있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 하자는 거다. 그런데 EU와 미국에서의 입국을 사실상 못 막는다. 현실적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입국자가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 앞으로 더 줄 거 같다. 검역당국이 특별검역을 통해서 환자를 걸러내는 데 문제는 크게 없을 거 같다. 검역의 기술적 수준을 높이는 선에서 관리해야지 입국을 막아버리면 우리도 못 나간다. 정부는 외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국가로 떠나는) 해외 여행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꼭 주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여행을 자제하고 갈 수밖에 없다면 뭘 조심해야 하고 돌아와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야 한다.

-지금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뭔가

△아직은 감염병 유행의 고리를 끊었다고 얘기하기 어럽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중요하다. 사회적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간 접촉을 줄여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좁은 공간의 밀폐된 상황에서 밀접한 접촉을 하는 행위를 끊어내는 게 필요하다. 콜센터와 교회 등 소규모 집단 감염을 막아내야 한다. 또 잠잠하긴 하지만 급성기병원(일반병원), 요양병원에서의 확진자 유입과 발생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2월 22~23일경부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좀 지나면 한달이 지난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의 접촉자가 다음주 정도면 잠복기가 지난다. 따라서 오는 23일이 지나면 감염 유행이 잠잠해지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다. 일단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4월초까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때도 어떻게 돌아갈 것이냐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지는 것밖에 없긴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대책이 필요하다.

-무작정 복귀는 안 된다는 얘기인가

△그러면 다른 유행이 생길 거다. 복귀 전략도 잘 세워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갈 때 잘못 돌아가면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입소시설이나 데이케어 센터 등 임시 폐쇄로 심각한 문제가 생겨 빨리 열어야 하는 공간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폐쇄했던 시설을 열었을 때 어떻게 모니터링을 하고 확진자의 유입을 막을 것인지 신규 확진자를 감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금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사태는 어차피 짧게 안 끝난다. 끝날 때까지 앞으로 얼마가 걸릴지 잘 모른다. 첫 번째 확진자가 생기고 약 두달이 지나면서 약간 확진자가 줄었다. 한숨 돌리는 시간은 벌 수는 있을 거 같다. 이때 정리 정돈을 싹 다시 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모두 지금까지 잘 안 됐다는 것을 싹 다 정비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방심하고 있어서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펜데믹이 무서운 게 어디나 다 똑같이 위험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달 이상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어떤 점을 정비해야 하나

△일단은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하고 지자체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지금같은 비상한 특별시기에 의사결정 구조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여기도 권한 있고 저기도 권한이 있으면 충돌이 발생한다. 그때 누가 결정할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의료기관도 정비해야 한다. 감염병은 의료기관이 마지막까지 환자를 정리해줘야 끝난다. 의료기관이 지지치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소모품, 자원, 인력을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지원해줄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섭섭하지 않게 지원해주겠다’는 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

-재사용까지 하라는 마스크는 어떻게 보나

△1월말 2월초에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마스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꼭 필요한 데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그때 품절되기 시작했고 품절되는 상황에서 대구 경북에서 집단 감염이 크게 터져버렸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대상에 대한 확보와 공급에 집중해야 했는데 그냥 공평하게 나눠주는 데만 집중하다 모두가 모자란 상황이 돼 버렸다. 위기소통과 자원관리의 실패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병의원에서 사용해야 할 마스크가 모자라면 얘기가 안 되는 거다.

◇엄중식 교수는...

△2006년 고려대 의대 의학박사 △2003년~2016년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17년~ 현재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현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현 가천대 길병원 기획조정실장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