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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레이더P] ‘나쁜 정치 바이러스`에 집단감염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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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장판은 없었다. 비례정당을 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구렁텅이에서 다툼이다. 은근슬쩍 파고드는 꼼수의 수준을 넘었다. 너무나 노골적이다. 몹쓸 정치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된 것일까.


1. ‘숙주'가 된 선거법…꼼수와 반란


매일경제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 표결을 강행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을 반대해 왔던 한국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의장석 주변을 점거하고 농성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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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정치 바이러스'의 숙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개정 선거법이다. 여야 합의 없이 여권이 힘으로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대화와 타협, 신의성실이란 큰 기둥이 무너져버렸다. 시간이 가면서 변종이 생기고 독성이 강해졌다. 미래통합당이 먼저 미래한국당을 낳았지만, 지금과 같은 변종이 등장해 여의도를 휘젓고 다닐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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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대표로 추대된 원유철 의원이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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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명단을 공개했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했던 인재들은 대부분 당선권 밖으로 밀리고, '한선교의 사람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황 대표는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19일 한선교 전 대표는 떠나고, 그 자리는 원유철 의원이 곧바로 대체 투입됐다. 난은 진압되고, 새로운 인물이 자매정당을 장악하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2. 확산된 꼼수…친여진영 균열

'나쁜 정치 바이러스'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전염됐다. 친여 시민사회가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고,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거쳐 이를 수용했다. 민주당과 우군이었던 정의당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8일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그런 꼼수 정치에 몸을 담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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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김솔아 공천관리위 대변인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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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시민사회 원로 등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을 대신해 친조국 성향으로 통하는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 정당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일 출범했다. 민주당을 비롯해 시민을 위하여,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함께하는 모양새다.

그 속에서 기존 민주당의 비례후보들이 후보 순위를 놓고 반발했다. ‘듣보잡' 후보 말고 자신들은 앞 순위에 배치하라는 요구였다.


3. 친문·친조국 내세운 정당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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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출마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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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이 등장했다. 비례전문 정당을 세워 친문 지지층에 다가서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노이즈'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열린민주당은 이슈메이커들을 전면에 내세워 승부를 볼 태세이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20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포함된 비례대표 20명 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친여 성향의 유권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4. 패권정치 부활인가

여야 모두 비례정당을 놓고 대혼란이다. 그 혼란의 의미는 극단적 패권정치의 부활이다. 다수파가 되기 위해 원칙도 버리고 수단을 가리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최종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다.

[김희경 객원기자/더하기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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