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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학교가 더 안전” 코로나19 방역 모범, 싱가포르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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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싱가포르 학생들이 지난달 말 마스크를 끼고 이동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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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예정대로 23일 모든 학교의 개학을 강행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남아 이웃나라들이 학교 문을 닫거나 휴교 연장 조치를 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옹예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개학을 강행하는 정부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는 학부모들에게 답하는 형식으로 개학 결정 이유를 밝혔다. 옹 장관은 “싱가포르 내 코로나19 학생 환자 중 학교에서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라며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옹 장관은 “코로나19가 어른들에 비해 젊은 사람에게 영향을 덜 미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있지만, 젊은 사람이 코로나19의 매개체라거나 전파자라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젊은 사람이 집에서 어른들에게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아이들이 어른보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이 덜한 반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학교를 닫으면 많은 학생은 집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뛰어다니며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릴 것이고, 결과적으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옹 장관은 “맞벌이 부모 등 아이들을 돌볼 방법이 마땅치 않은 부모에게도 휴교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특히 의료업계 종사자들은 자녀들이 등교함으로써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내 예방책도 내놓았다. △몸이 좋지 않은 학생은 격리실이나 집으로 보낼 것 △수업시간에 거리를 두고 앉히기 △주기적으로 손과 얼굴 씻기 등이다.

타임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은 싱가포르를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은 바 있다. 리셴룽 총리의 차분하고 솔직한 담화와 정부의 단계별 방역 조치들이 위기 관리의 본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이날 오후 11시59분(현지시간)부터 단기 방문 외국인의 입국과 경유를 불허하는 등 강력한 국경 봉쇄에 돌입한다. 전날까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455명으로, 사망자는 2명에 그쳤다.

반면 이웃나라 말레이시아는 이달 말까지 모든 교육시설을 포함해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고, 브루나이는 방학을 예정보다 일찍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국제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코로나19 확산 국가들에 잇따라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싱가포르의 이번 개학 강행 결정이 역(逆)발상인지, 무리수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싱가포르의 한 교민은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잘 정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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