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n번방’ 지적하며 “아동·성범죄 소비자 처벌할 것”

함정수사·유도수사 허용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 추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청소년 성 착취물이 불법 제작·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원천 차단하고 엄중 처벌하기 위해 ‘함정수사’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했다. 안 대표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 봉사를 마치고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지난 1월 입국 기자회견에서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지난 2월 국민의당 아동·청소년 공약과 여성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며 국민의당 공약이 구현되면 유사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이 낸 총선 공약 중 대표적으로 ‘스토커 방지법’과 ‘그루밍 방지법’이 있다. 스토커 방지법으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찾아내 협박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그루밍 방지법으로는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 나체 사진이나 영상 등을 요구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성 착취물을 공유한 참여자가 단순히 계산해 26만명에 이르는 점도 거론하며 “(자신이) 불법 촬영물의 제작·유포자를 강력 처벌은 물론, 소비자까지 벌금형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안 대표는 “n번방 사건에서 보듯 현재 디지털 성범죄는 소비자가 단순 시청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범죄행위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범죄에 적극 가담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처음엔 소비자, 그 다음엔 유포자, 제작자로 변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아동·청소년 공약 때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아동과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란 함정수사와 유도수사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인권단체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가 만든 가상인물인 10살짜리 필리핀 소녀 ‘스위티’. 유튜브 캡처

‘스위티’는 2013년 네덜란드 인권단체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가 아동 성범죄 현황을 알기 위해 만든 가상의 10살짜리 필리핀 소녀다. 이 단체가 이 아이의 얼굴로 화상채팅 서비스를 했더니 실험을 하는 10주 동안 71개국, 2만여 명이 웹 카메라를 통해 스위티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촬영물을 신속하게 차단·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 삭제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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