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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코로나 뚫고 한국무대 오른 리시차, 연주 중 오열…“마스크 낀 관객과 어머니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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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올해 예정된 내한공연 대부분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7)가 연주 중 큰 울음을 터트려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신문

마스크 쓰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도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가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진행하고 있다. 오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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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리시차 내한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오푸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펼친 리시차는 준비한 연주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연주 중 마지막 4악장을 남겨두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연주를 멈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착용한 흰색 마스크는 이미 그의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결국 리시차는 마지막 4악장을 연주하지 못한 채 대기실로 퇴장했고, 약 3분 뒤 객석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밝은 얼굴로 나와 앙코르 연주를 시작했다. 과거 내한공연 때에도 긴 앙코르 연주를 선보인 리시차는 이날도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쇼팽 녹턴 20번,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라벨 밤의 가스파르 등 50분가량 추가 연주를 이어갔다.

리시차는 독주회를 마친 후 오푸스를 통해 “연주 중 갑자기 우크라이나에 계신 86세 어머니가 떠올랐다”라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여기 와주신 관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낀 채로 있는 것이 제 마음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곡도 공감을 일으키는 곡이라 감정이 복받쳐 연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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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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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앙코르 연주 첫 곡으로 ‘월광’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달빛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감싸주는 것처럼, 사람들을 감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리시차는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하고, 한국인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콘서트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한국 공연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공연을 진행한 오푸스와 예술의전당 측은 관객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고, 리시차 역시 연주자로는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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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박수에 답례하는 발렌티나 리시차. 오푸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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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 공연에 이어 예정됐던 미국 공연이 취소된 리시차는 23일 거주지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항공편이 모두 취소돼 서울에 머무르며 새로운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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