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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줌인] 위기의 美 경제, 코로나 억제·경제살리기 동시달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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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은 닫았지만, 경제는 살려야 한다.’

미국 경제가 무기 없이 전쟁에 나갔는데, 맨손으로라도 싸워 어떻게든 승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내 주요 경제 활동이 거의 봉쇄(lockdown)된 가운데, 확산을 막으려 하면 할수록 미국 경기가 더 침체에 빠져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전 세계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일제히 생산활동을 멈추는 장면을 여러분은 목격하고 있다"며 "이와 비견될 만한 사례는 대공황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2009년 6월까지 침체기를 맞았다가 올해 2월까지 128개월이라는 역사상 가장 긴 확장 국면을 이어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살아난 덕분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에 비해 뒤늦게 우한 코로나 확산 사태를 맞은 미국은 이제야 통행금지와 외식 금지, 식당·술집 영업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내리고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 확장 국면을 이어온 만큼 더 빠른 속도로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선비즈

22일 통행금지령으로 텅 빈 뉴욕 맨해튼 시내 중심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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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기업과 상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면서 의심할 여지 없이 막대한 경기 위축을 겪을 것"이라며 "이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미국은 1947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스톡 하버드대 교수 역시 "코로나19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기적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인 대다수가 봉쇄 상태에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넘어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주축 가운데 하나인 유럽, 일본에서도 우한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전 경제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해 다시 발표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이 -14%, 골드만삭스는 -24%를 기록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모간스탠리 역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기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0.1%까지 뒷걸음질 치며 사상 최악에 가까운 침체기를 겪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미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정책 결정자들이 더 빠르고 강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당장 현금을 쥐여줄 수 있는 과감한 정책으로 총 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시에 광범위하고 동시다발적인 해고와 기업 파산을 막는 피해 보상안도 필수적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졌던 금융위기에 비해 우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피해는 소매업 전반과 제조업, 항공업, 여행업까지 아우를 만큼 훨씬 더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케빈 하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6개월 동안 집에만 있다면 대공황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사람들을 일터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4월 고용 보고서에서 일자리가 200만 개 사라지는 등 사상 최악의 수치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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