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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합격했는데 출국길 막혀"…美 비자 중단에 유학생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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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에 美대사관 비자 발급 업무 중단
"대학 입학 허가까지 받았는데" 유학 준비생들 발 동동
문의 전화 쏟아진 유학원…"모두가 절망인 상태"
대사관 "최대한 빨리 재개하겠지만 장담 못해"

"꿈에 그리던 미국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비자 때문에 출국길이 막혔습니다."

오는 9월 미국 워싱턴주로 박사 과정을 밟으러 갈 예정이었던 최모(30)씨는 지난 18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지난 19일부터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까지 받았지만 갑자기 미국에 갈 방법이 막혀 버렸다. 최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당장 비자 발급 절차가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다"면서 "어디에 항의할 곳도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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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관은 "19일을 기해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한다"고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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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대사관이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전면 중단하면서 국내 유학 준비생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미국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서까지 나왔지만, 비자 발급 절차가 전면 멈추면서 당장 미국에 갈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미 대사관이 대안으로 내놓은 '긴급 비자 인터뷰' 역시 유학생들이 몰려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학생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비자발급 중단에 유학 준비생은 날벼락…마지막 단계에서 길 막혀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8월 말~9월 초에 학기를 시작한다. 입학 허가서를 받은 학부생부터 석·박사학위 준비생들은 통상 5~7월 사이에 비자를 발급받아 8월 말쯤 출국한다. 특히 유학 등 어학연수 목적으로 미국에 장기체류하는 유학생들은 미국 학생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가령 미국 F1 학생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선 교육기관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은 뒤, 미국 유학생 비자 입국 학생 관리 전산시스템인 ‘SEVIS’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대사관의 인터뷰에 합격해야만 비자 라벨이 부착된 여권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인터뷰 과정이 중단되면서 학생들이 좌절하게 됐다.

미국 텍사스주 한 대학의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은 A씨도 대사관의 비자발급 중단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14일 지원학교로부터 '풀 펀딩’(전액 장학금 지급) 입학 통지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는 "가을학기에 맞춰 떠나지 못하면 예정됐던 장학금도 못 받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학생 커뮤니티 카페에는 문의 글이 쏟아졌다. "3월에 비자 인터뷰 잡혔는데 취소 메일이 왔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하게 됐는데 비자 때문에 모든 스케줄이 다 엉망이 됐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유학생은 "집이며 비행기며 다 준비했는데 이젠 입국을 못 할 판이다"라며 "코로나가 없을 때도 비자 발급은 2~3개월을 넉넉히 잡아야 했는데 큰일"이라고 했다. "작년까지 일하다가 퇴사하고 미국 대학원을 준비했는데 공백기가 생길 것 같아 속상하다"는 준비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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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 대사관의 비자 업무 중단 발표 이후, 유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비자 관련 문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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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원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에는 전날부터 비자 발급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유학원 관계자는 "1학기 수업 수강을 위해 유학생이 가장 많이 출국하는 6~8월까지 비자발급이 중단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좌절된 유학의 꿈…대안인 '긴급 인터뷰'로 구제받기도 어려워
특히 여름 학기를 앞둔 유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미국 대학의 약 20%는 '쿼터제'를 실시, 학사일정 시스템을 채택해 1년을 4등분한다. 5월 말 시작하는 여름 학기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에는 비자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유학원들의 설명이다.

종로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비자 발급에 시간이 몇주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여름 학기를 앞둔 유학생은 가급적 빨리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다만 우한 코로나 확산에 따라 미국 대학들이 아예 여름학기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힐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미 대사관은 장기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들이 현재로서 입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긴급 비자 인터뷰를 마련했다. 긴급 비자 인터뷰는 직계 가족의 사망이나 미국 내 사업체 경영 또는 근무를 위해 긴급히 입국해야 하는 경우, 미국 정규 교육 프로그램 참가 목적인 학생이나 교환 방문자에 한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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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7일 오전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방문을 위해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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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학 업계에서는 미 대사관이 대안으로 내놓은 긴급 비자 인터뷰에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지금 미 대사관의 비자 업무 중단 조치는 매일 수백 명씩 인터뷰해야 하는 영사들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로 비춰볼 때 긴급 인터뷰 인원도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종로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긴급 비자 인터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엄청날 것이다. 정말 특별한 사연이 없으면 비자 발급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정규 비자 업무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유학생들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당장 현재로서는 재개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지 공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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