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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눈물로 팔았던 매그나칩, SK하이닉스가 투자자로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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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국내 PEF,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 임박
비메모리 본격 투자 부담스러운 SK하이닉스의 간접베팅
"향후 8인치 파운드리 시장·매그나칩 가능성 볼 듯"

SK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와 있는 매그나칩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인수 주요 투자자로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영난으로 매각했던 비메모리 사업부문이 모태인 회사이다. SK하이닉스의 행보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이달 말 공동으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할 전망이다. 인수 금액은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비즈

SK하이닉스 청주 3공장 전경. 우측 뒤편으로 파운드리 M8라인이 보인다.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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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수전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매그나칩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인수 가능성, 경영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매그나칩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한 투자가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매그나칩은 청주·구미에 있는 공장에서 전력 관리용 칩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빛·소리·온도·압력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PC·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것으로 최근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사업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청주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 M8을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신규 공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본격 가동이 목표다. 향후 인수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면, 국내는 매그나칩 청주 공장을 통해, 중국은 우시 SK하이닉스시스템IC 공장을 통해 각각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메모리반도체처럼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개념이 아니라 ‘얼마나 적기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갖다주는가’ 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매그나칩에 공정 기술이 있는 사람을 투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투자가 ‘양날의 검’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치중돼 있는 메모리반도체만 계속 고수하기엔 시황에 따라 실적 부침이 크고, 그렇다고 매그나칩을 인수까지 해 가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쏟아붓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일단 주요 투자자로 매그나칩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현재 SK하이닉스 매출 가운데 SK하이닉스시스템IC 비중은 2~3% 남짓이다.

SK하이닉스가 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은 이 분야 세계 1위와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12인치(300㎜)가 아닌 8인치(200㎜) 틈새 공정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300㎜ 웨이퍼(반도체 원재료)를 이용해 5G(5세대) 통신 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그래픽 칩 등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SK하이닉스는 200㎜ 웨이퍼로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다품종을 소량 생산한다.

현재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관련 수요가 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 강자인 DB하이텍의 경우 비수기에도 가동률이 거의 100%를 유지하며 지난해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8인치 생산라인은 감가상각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비용면에서도 손해 보지 않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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