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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지자체 최고 100만원 현금 지원···중앙정부도 재난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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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서울서 시작한 '긴급 재난 생활비 지원'

정부, 각 지자체에 '재난기금' 사용 권고

대구경북, 충남, 부산 기장 등 앞다퉈 검토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 서민경제가 바닥을 드러내며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상인회 사무실 앞에 특례보증 상담 신청이 시작되자 많은 상인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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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곳간 문을 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보릿고개'에 직면한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지난 21일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난기금'을 각 지자체에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생계비 지원에 써달라고 나서면서 현금지원을 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전망이다. 재난기금은 재난의 예방과 복구를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해두는 법정 의무기금이다.

유례없는 지자체의 현금지원에 정부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어깨가 무거워진 정부는 오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차 추경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주시의 '재난기본소득' 첫 삽, 이어지는 현금지원



가장 먼저 '재난소득'을 도입한 건 전주시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만여명에 대해 긴급생활비로 1인당 52만7158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른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다. 지역은행 체크카드 형태로 오는 4월에 지급될 예정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경제 위기로 고통받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돼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에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19일 중위소득 100%(4인 가구 기준 월 474만9174원)이하 117만7000가구에 30~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으로 서울시민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0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요 예산은 총 327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을 통해 집행하고 부족한 재원은 추경을 통해 확보했다.

강원도는 1200억원 규모의 생활안정지원금을 마련했다. 대상은 소상공인과 기초연금·실업급여 수급자 등 총 30만명이다. 1인당 40만원 정도가 돌아간다. 화성시는 매출이 10% 이상 줄어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평균 20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에선 처음으로 기장군이 긴급재난지원소득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150억원이다. 중복지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제외된다. 실직자와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에게 현금 지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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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코로나19 생활지원금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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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경남·충남 잇따라 '긴급 생계지원' 추진



코로나19로 가장 피해가 큰 대구시는 4000억원을 긴급생계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추가경정예산 중 재난대책비 4000억원을 저소득층·영세 근로자·택시기사 등과 관련된 긴급생계자금과 중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긴급생존자금의 형태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가구당 지원 금액과 대상은 의회 의결을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중위소득 85% 이하(1인 기준 149만4000원 이하)인 33만5000여 가구에 지역상품권이나 체크카드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4인 이상 가구 기준 70만원이 지급된다. 포항시는 취약계층 긴급생활비로 가구당 60만원을 준다. 3만2000여 가구가 대상으로 기존 정부 지원자는 제외된다. 시는 도와 협의해 재난 긴급복지지원금을 50%씩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소득이 적은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선별적 긴급재난소득을 우선 도입한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중위소득 이하 가구 100%에 대해 최대 50만원까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재난소득은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된다. 이번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소득이 흘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필요한 재원은 도와 시·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해 및 재난 관련 기금을 우선 사용하기로 했다.

충청남도는 코로나19로 생계위기에 놓인 소상공인 등에게 100만원씩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9일 “코로나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에게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총 소요 예산은 1500억원으로 지역개발기금의 일부에서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도로나 복지센터 등 지역 기반시설과 주민 생활편의시설을 짓는 데 활용해야 하는 지역개발기금을 성격이 다른 복지 예산에 쓰기로 한 것이다. 지원 대상은 충남도에 주소를 둔 소상공인과 운수업체 종사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근로자 등 15만여 명이다.

경기도는 지난 20일 정부의 긴급복지사업에서 제외된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5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급 기준은 중위소득 100% 이하로 보유 재산이 2억4200만원, 금융재산 1000만 원 이하인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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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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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재난기본소득' 요구…효과는



지자체가 앞다퉈 긴급생활비·보조금 지원에 나서면서 중앙정부의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은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중앙정부가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기장형 재난기본소득' 처럼 '재난 기본소득'이란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은 그동안 취약 계층에 주는 '보조금' '생활비' 지원 성격이 강하다. 반면 '재난기본소득'은 결이 다르다. 기본소득은 재산 규모,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생활이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4·15 총선을 앞두고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이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시각도 있다.

지자체의 긴급생활비 지원과 정치권에서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국민들에게 현금지원을 해주는 것은 맞다고 보지만 기본소득이 아닌 긴급지원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처음 맞는 코로나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과 재원고갈을 염두에 두고 어떤 시점에 사용해야 할지를 궁리해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면 적은 액수부터 시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일본 등 현금지원을 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경기진작) 효과가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소비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지역화폐를 지급해도 소비 진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비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어차피 소비할 것은 지역화폐로 쓰고 나머지는 만일 상황을 대비해 보수적으로 저금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며 "필요하다면 적은 액수로 시도를 해보고 효과에 대해 고찰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긴급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전국민에게 나눠주자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조 교수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원대상과 규모가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비심리가 아예 위축되고 나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도 시장에서 소비하지 않을 위섬성이 존재하니 그 전에 빠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권·김현예·이가영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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