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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4ㆍ15 총선 줌인] 순천 선거 운동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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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험지에 출마한 후보들
한국일보

대구 출신으로 순천에 도전한 천하람 미래통합당 후보는 “멀쩡한 대구 애가 고향에서 나가지, 왜 힘든 곳 와서 사서 고생을 하냐”는 이야기를 들어도 ‘호남보수’라는 구호를 고집하고 있다. 천하람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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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15총선에서 ‘제 2의 노무현’을 꿈꾸는 이들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상대당의 텃밭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나선 후보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 주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크지 않은 당선 가능성도 그들에게는 장애물이 아니다.

요즘 전남 순천 주민들은 동네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총선 후보자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나선 미래통합당의 천하람(34) ‘젊은보수’ 대표 때문이다. 대구 출신의 30대 변호사인 천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연고도 없는 순천으로 넘어와 모텔에서 생활하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천 대표는 22일 “멀쩡한 대구 애가 고향에서 나가지, 왜 힘든 곳 와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거나 독재를 치켜세우는 보수가 아닌, 호남에서도 인정받는 진정한 보수 정치를 하고 싶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호남은 출마자에게 후보자 기탁금 1,500만원을 면제해줄 정도로 통합당의 불모지다. 20대 총선 당시 곡성 출신인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현 통합당) 후보로 당선된 바 있지만, 대구 출신 천 대표에게는 더욱 버거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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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했던 김현권 의원은 민주당의 험지로 불리는 경북 구미을에 도전했다. 김현권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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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중에서도 험지 도전에 나선 이가 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인 김현권(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고향은 경북 의성이지만 지난해 구미을 출마로 방향을 정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으로 보수 색깔이 짙은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조국 사태 당시 지역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구미시장에 당선되면서 변화의 틈도 엿보였다. 김 의원은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전무한 경북에서 당선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서화합정신 실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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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정의당 후보는 2009년 용산참사 진압 책임자인 김석기 의원(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막기 위해 20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경주에 나선 후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그는 “당시 김 의원의 당선을 막지 못했지만, 경주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나왔다”고 밝혔다. 권영국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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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출신인 정의당 권영국(57) 변호사는 경북 경주에 출마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경주에 출마한 데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강원 태백 출신으로 경북 포항에서 고교를 나온 권 변호사가 굳이 연고를 찾기 힘든 경주에 출마한 이유는 상대 후보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석기 통합당 의원 당선을 막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20대 총선 당시 김 의원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면서 재기를 벼르고 있다. 다만 통합당 공천에서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이 경주에 공천을 받았다. 김석기 의원은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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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84%) 나온 '보수 정치의 심장' 대구 서구에 도전한 장태수 정의당 후보. 장 후보는 “꼭 당선되지 않아도 가난한 이들 곁을 지키는 진보 정치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극복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장태수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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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에 정의당 후보로 나선 장태수(49)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유세 중 ‘빨갱이’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통합당 아성이자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정의당 간판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어려움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서구에서 구의원을 세 차례 한 자신감이 그의 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지역을 돌다 보면 주민들 다수가 ‘깃발만 꽂아도 보수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한다”며 만만치 않은 선거 상황을 전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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