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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베토벤은 스스로가 인류 문제 해결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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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부지휘자 1년 윌슨 응

13일 온라인 콘서트 ‘영웅’ 화제

“난청 등 고난과 싸우며 얻은 결론… 환희의 날개 아래 하나 된다 노래”

동아일보

홍콩 출신인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해 초,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에 홍콩인 지휘자 윌슨 응(31)이 선정위원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서울시향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3·1절 100주년 기념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지휘하며 데뷔한 그는 1년이 지나 13일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 ‘영웅’을 지휘하며 음악 팬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콘서트는 서울시향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은 인류가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20일 서울시향 회의실에서 만난 윌슨 응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언급했다. “환희의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인류는 하나가 된다고 노래하고 있죠. 베토벤이 난청을 비롯한 여러 문제와 싸우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그는 1년간 서울시향의 여러 무대에 섰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6월 강변음악회, 9월 전국체전 기념공연 등을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작은 행사들도 중요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11월 27일에는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를 처음으로 지휘한다. 올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광주시립 교향악단 지휘 무대도 갖는다. 그러나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방랑’은 잠시 중단이다. 고향 홍콩에서의 콘서트와 다음 달 중국 본토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투어가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요즘은 서울시향이 연주할 모든 작품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모든 연습을 참관합니다. 예정된 지휘자가 입국이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작품 연구하기에는 좋은 때죠.”

그가 생각하는 서울시향은 어떤 악단일까.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악단을 늘 대면하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그저 그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연주자 탓을 할 수 있지만 서울시향 같은 오케스트라라면 나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에 그는 늘 붉은색 바지를 입고 다닌다. “플루티스트로 음악생활을 시작했는데 돈이 늘 부족했어요.” 옷가게에 갔더니 좋은 새 바지는 빨간 것뿐이었다. 할 수 없이 사서 입은 뒤 계속 운이 따랐다며 웃었다.

“한국의 수준 높은 음악 팬을 만난 것도 행운입니다. 한국도, 홍콩도 세계의 다른 부분과 다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인류를 하나로 묶고, 음악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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