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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환매연기 사모펀드 부실 설정"…교보증권 단속 나선 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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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매연기한 '로얄클래스 글로벌M' 펀드

담보 실사 안하고 설정…10개월 지나 수습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증권 경영진단 나서

핵심부서 집중 단속…법인카드 내역까지 살펴

이데일리

△교보증권 여의도 사옥




라임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부실운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교보증권이 최근 환매 연기 결정을 내린 사모펀드가 실사 과정 없이 설정되고 판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를 앞둔 교보생명은 자회사인 교보증권(030610)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선 상태다.

◇ 환매 연기 사모펀드 담보 실사조차 없어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증권이 환매를 연기한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M’(폐쇄형) 펀드는 설정 시 담보 물건에 대해 실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펀드는 지난해 5월에 설정됐고 규모는 105억원 가량이다.

이 펀드는 미국 소상공인들의 대출을 기반으로 한 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로, 채권 발행자는 소상공인 단기 대출에 특화된 미국 금융사 WBL다. 최근 WBL은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채권 상환 만기를 연장할 것을 교보증권에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펀드 만기를 올해 9월까지 늦추기로 했다.

교보증권은 WBL이 소상공인으로부터 잡은 약 130건의 부동산 등이 담보로 잡혔기 때문에 투자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담보로 잡힌 부동산에 대한 실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이 펀드 설정과 판매 당시에도 담보물건인 부동산에 대한 실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물론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부동산이라 실사가 어렵다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 부동산이라도 어떻게든 실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 측은 “펀드 설정 시에 실사를 안 한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들어서 실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사를 다녀온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설정 시 WBL이 담보를 잡은 부동산에 대한 안정성부터 따졌어야 한다”며 “실사는 투자하기 전에 해야지 지금 실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순히 실사를 안 했다고 해서 문제 여부를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전문가 또는 제삼자를 통해서라도 실사를 하는데 교보증권 경우는 확인을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 교보증권 단속 나선 교보생명…고객자산본부 집중 점검

교보생명이 지난 4일부터 교보증권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점검은 지난 16일까지 진행했고, 이후로는 지속해서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 경영진단에 나섰다”면서 “자산운용을 비롯해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금융감독원이 자세한 종합검사 일정을 잡지는 못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올해 생명보험사 가운데 교보생명이 첫 표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속해서 나온다.

특히 종합검사 항목 중에서는 지배구조를 비롯한 계열사 내부통제 항목도 들어가는 만큼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사전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이번 점검에서 교보생명은 고객자산운용본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자산운용본부가 랩, 신탁, 사모펀드 등을 운용하는 부서인 데다 교보증권 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 내에서 고객자산운용본부가 이익도 많이 내는 데다 핵심부서로 꼽힌다”며 “그만큼 교보생명에서 집중적으로 점검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개별 인터뷰를 비롯해 법인카드 내역까지 살펴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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