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지난해 중반부터 기준금리를 연쇄적으로 인하했던 러시아 중앙은행이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6%로 유지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발표하면서 "2~3월 정세가 중앙은행 전망 기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의 급속한 하락 등과 연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은 일시적인 인플레 자극 요소이며 이 영향으로 올해 인플레율이 목표치(4%)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제경제 성장 속도 둔화와 불명확성 증대 등과 연관된 대내외 수요 변화(감소)는 인플레 억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또 향후 인플레율 목표치 4% 기준으로 한 인플레율 변동 상황, 경제 성장 전망, 국내외 금융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인한 국제 유가 폭락,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국제 경제 성장 둔화 전망 등으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 혼란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통한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함께 존재하면서 금리 동결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초 기준금리를 6.25%에서 6%로 낮춘 바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이 지난 6일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와 주가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루블화 가치 저하와 소비자물가 상승 조짐은 러시아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 경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미·중 무역 분쟁 여파, 저유가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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