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확진자 급증에 귀국 교민 지원 반대 여론 나와
외교부, 전세기 보다는 귀국 항공편 최대한 안내
전세기 귀국시에도 탑승객 항공료 본인 부담
지난달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 체류했던 교민과 중국인 가족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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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서로 다른 내용의 청원글 제목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해당 지역에서 귀국하려는 교민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전세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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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탈리아 밀라노도 전세기 지원을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온 건 지난 9일. 이달 초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정규 직항노선이 중단된 데다 이탈리아에서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을 제한하는 레드존 지역이 늘어나자 현지 교민사회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26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귀국한 유학생이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한인회가 대한항공과 협의해 전세기를 직접 띄우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전세기 투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도 코로나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역유입으로 인해 확진자 숫자가 다시 급증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17일 올라온 “코로나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2300여 명, 18일 게시된 “코로나19 역외 유입 방지 위한 정책 강화 요청” 청원은 당일에만 25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 16일 이탈리아 여행객으로 보이는 청원인이 작성한 “코로나19 이탈리아 전세기 청원”이란 글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청원인은 “2월에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 왔다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항공편의 잇따른 결항으로 인해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곳 타지에 발이 꽁꽁 묶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모두 조심할 때 여행 갔으면 본인이 책임져라”, “전세기 띄워 이 나라 저 나라 다 데리고 오면 우리만 또 힘들어진다”는 내용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탈리아 전세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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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교민들은 EU(유럽연합) 국가들이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인근 국가로 이동해 귀국하는 방법도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논란을 지켜본 한 교민은 “한국에 돌아가도 기댈 가족이 없거나 거처할 데가 마땅치 않은 분들은 귀국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현지에서 보험을 들지 않은 유학생들은 더더욱 의료 혜택을 보기가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탈리아 교민 사회도 국내 반감을 의식한 듯 전세기라는 용어 대신 ‘임시 항공편’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18일 “원칙은 교통편을 통해서 귀국하실 수 있는 상황이면 최대한 그 방법을 안내하고 도와드린다는 것”이라며 “민간 항공사 차원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탑승객이 있다고 하면 정부가 임차하는 임시 항공편이 아니더라도 운항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 사례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한인회가 17일(현지시간)까지 진행한 임시 항공편 수요 조사에서 대한항공 탑승 의사를 밝힌 교민 숫자는 밀라노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 거주 교민이 약 350명, 로마 거주 교민 150명 정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희망자는 유학생과 단기 체류자, 상사 주재원 등이 대부분이고 장기 거주자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임시 항공편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전세기가 아니어서 정부 예산은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주관한 전세기라 하더라도 탑승객은 요금을 내야 한다. 앞서 중국 우한(武漢)에 투입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에게도 성인은 30만원, 소아는 22만5000원의 비용이 청구됐다.
조만간 이란 교민 철수를 위해 투입되는 전세기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임시항공편 요금은 300명 안팎이 탑승할 경우 성인 1인당 약 1100유로(약 15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부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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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항공편을 통해 귀국하는 이탈리아 교민들은 우한 교민 때와 달리 지정 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외교부는 19일부터 모든 입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유증상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다른 입국자와 마찬가지로 1대1 발열 체크와 특별검역신고서 제출, 국내 연락처 확인, 모바일 자가진단 앱 설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유럽발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들을 대상으로 14일간 자가 격리를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귀국 과정에서 기내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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