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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원유 DLS 60% '녹인' 진입···"배럴당 20弗까지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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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위기- 국제유가 또 추락]

사우디 "日 1,000만배럴 수출"에

WTI 추가로 10% 급락하며 24弗 하회

산유국 치킨게임 20弗선도 위험

1兆대 DLS 대부분 녹인 가능성

"45~50弗선 회복해야 원금 회복"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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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브레이크 없는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1조원 넘는 국내 원유 파생결합증권(DLS)들 가운데 60% 이상이 손실가능구간(녹인)에 진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7일(현지시간) 오는 5월부터 일 평균 1,00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수출하겠다고 밝히자 이달 들어 이미 40%가량 빠진 상태였던 국제유가는 이날 추가로 급락했다. 이에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원금손실구간 밖에 있었던 유가 DLS마저 이날 추가로 녹인이 발생하면서 전체 DLS의 60% 이상이 손실가능구간에 들어섰다. 유가가 추가로 하락해 20달러 초반까지 떨어질 경우 대부분의 DLS가 녹인에 들어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1%(1.75달러)나 급락한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4.3%(1.32달러)나 크게 떨어진 28.73달러로 정산가가 책정됐다. 유가 DLS는 매일 WTI와 브렌트유의 정산가격을 기준으로 녹인 여부를 확정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브렌트유의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 브렌트유 기준으로 녹인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기초자산이 2개 또는 3개인 DLS는 기초자산 중 1개라도 녹인이 발생하면 전체가 원금손실가능 구간으로 들어선다.

국내에서 발행된 원유 DLS들은 대부분 지난해 발행된 물량을 WTI 기준으로 60~65달러선 안팎에서 판매됐다. 원금손실가능구간이 발행 당시 유가의 45~55%선임을 감안하면 상당수 DLS들의 녹인은 20달러 후반에서 30달러 초반대에 걸쳐져 있다. 9일부터 유가 급락이 시작되면서 순차적으로 녹인이 발생해 이날까지 총 348개, 5,759억원 규모의 DLS가 구간에 진입했다. 발행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85개 2,380억원, 미래에셋대우가 57개 1,45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92개 952억원, KB증권이 36개 546억원, 삼성증권이 70개 340억원, 신한금융투자가 8개 74억원 등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공모 유가 DLS 발행잔액은 9,218억원으로 이 중 62.4%에서 원금손실의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사모 유가 DLS를 합치면 발행잔액은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가 추가 하락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DLS들이 녹인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시간으로 18일 밤 WTI 선물가격은 장중 12% 이상 추가로 하락하며 24달러선이 깨졌다.

물론 녹인이 발생해도 원금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6개월에 한 번씩인 조기상환 시점이나 3년 만기 시점에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뿐 아니라 약정된 수익률(연 5~7%)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 수준에서 상당한 반등이 이뤄져야 원금회복이 가능하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 DLS들은 대부분 60~65달러선에서 발행됐다”며 “2~ 3년 후 돌아오는 만기 시점에 45~50달러까지는 국제유가가 회복돼야 원금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발행된 DLS 중 5,311억원의 녹인 배리어가 발행 당시 유가의 45~50%선이다.

그러나 원유 가격 전망은 워낙 어두운 상태다. 추가 하락뿐 아니라 저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미국 등 산유국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 1·4분기 WTI가 배럴당 22달러, 브렌트유는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WTI 기준 20달러 초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며 “산유국 회의의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전쟁을 장기간 끌고 가기에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제·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늦어도 2·4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평균 40달러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대부분의 DLS 만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DLS 발행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발행잔액의 80%가량의 만기가 오는 2022년과 2023년에 몰려 있어 장기적으로 유가가 반등하면 원금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혜진·이완기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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