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집회' 전파 가능성 주목…미사·법회 전면 중단 '초유의 일'
개신교 온라인 예배 전환에도 '집단 감염'에 의미 퇴색
코로나가 바꾼 종교활동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양정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한 지 한 달이 됐다.
지난달 18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급속히 퍼진 코로나 19는 80명이 넘는 사망자를 비롯해 헤아리기 어려운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일일 확진자 수가 최근 두 자릿수로 떨어지긴 했으나 코로나 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무엇보다 종교계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 더구나 그 확산에 종교계가 가세한 형국이라 더 그렇다.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전면 중단했다. 불교는 법회를 중단하고 산문(山門)을 잠갔다. 연중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연기됐다.
개신교계는 주일 예배를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교회당에서 올리는 주일예배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긴 개신교회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종교계가 고난 속에 일대 변화를 겪는 셈이다.
◇ 신천지 확진자가 60%…종교계 전반 파장 = 18일 오전 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 19 누적 검사현황' 등을 보면 전체 확진자는 8천413명으로 6천789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84명은 목숨을 잃었다.
확진자 60.3%는 신천지와 관련된 이들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73.0%로 확진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신천지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많이 나온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예배당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예배를 보는 방식, 선교센터와 복음방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전도 방식이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방역당국이 신천지 확진자들의 동선 파악을 위해 신천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초기 확산 방지에 애로를 겪은 일도 거론된다.
신천지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피해자'라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2주 만에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해야 했다.
신천지 교회를 넘어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무는 종교 집회에서 코로나 집단 전파 가능성이 거론되자 종교계는 행동을 요구받았다. 감염병 전파 방지를 위해 종교집회만큼은 당분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2월 8∼16일 이스라엘을 다녀온 성지순례단에서 대거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천주교는 확진자가 포함된 안동교구를 시작으로 닷새 만에 전국 16개 교구가 미사를 중단하는 유례없는 조치에 들어갔다.
천주교 각 교구는 코로나 19 전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사중단 기간을 거듭 연장하고 있다. 수원교구가 4월 1일까지 추가로 미사 중단을 알렸고, 다른 교구들도 이런 연장 조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계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24일 모든 법회와 성지순례, 교육 등 대중 참여 행사와 모임을 전면 취소했다.
조계종을 포함한 30개 불교 종단이 모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4월 30일로 예정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등 관련 행사를 한 달 뒤로 연기했다.
법요식에 앞서 열리는 연등 행렬도 미뤄지고 축소됐다. 1천년 전통의 연등회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3월 26일 인도 부다가야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 현지 한국사찰 분황사(芬皇寺) 착공식은 6개월 뒤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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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심 끝 '온라인 예배'…집단 감염에 빛바래 = 개신교회는 '한국전쟁'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일 예배를 놓고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개신교회는 주일로 부르는 일요일마다 신도들이 모여 함께 '공중예배'를 올리고 성경을 공부하는 등 여러 종교 활동을 편다.
중앙 집권적 조직 체계에 따라 미사와 법회 중단을 선언한 천주교, 불교와 달리 개별 교회 권한이 강한 개신교회들은 저마다 예배 방식을 결정했다.
서울 시내 일부 교회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도 수가 수천 명을 넘는 대형교회는 대부분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돌렸다.
국내 최대 규모 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 교회는 1일부터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오는 22일도 온라인 예배를 유지하기로 했다.
외부 노출이 큰 이들 교회와 달리 중소형 교회 사이에서는 기술적 문제로, 경제적 곤궁 등을 이유로 교회당을 고수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개신교계에서는 저명한 학자와 목회자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와 교회 공공성 제고를 위해 온라인 예배를 촉구하는 글을 잇따라 기고했고, 정부는 개신교계에 수차례 종교 집회 자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요청했다.
교회당 예배를 고수하는 교회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일부 지자체가 예배 금지를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개신교 교단 연합체들은 예배당 예배를 옹호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서울과 수원, 부천 소재 교회에서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데 이어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 확진자가 60여명이나 나오면서 개신교를 둘러싼 여론은 싸늘해졌다.
코로나 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주일 예배 문제는 개신교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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