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정부 세종청사 운행 통근버스 예산 3년 새 25% 줄인 것과 대조적
주민들 "밤 되면 유령도시"…이시종 충북지사 셔틀버스 운행 자제 요구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을 출퇴근시키는 통근버스들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천300여명에 달하는 11개 공공기관 소속 수도권 통근 직원들에 의해 충북혁신도시 방역망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들이 수년째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출퇴근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진천군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전한 혁신도시 내 11개 공공기관의 통근족은 1천362명으로, 전체 3천468명의 39.3%를 차지한다.
대부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출퇴근하며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이 올해 책정한 통근버스 운영 예산은 33억9천200만원에 달한다.
매일 37개 노선을 운행하는 39대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공기관 통근자는 하루 평균 930명이다. 1인당 연간 통근버스 운영 비용이 365만원이나 된다.
2016년 9억7천900만원이었던 통근버스 예산은 2017년 19억4천700만원, 2018년 22억5천400만원, 지난해 29억5천6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다 올해 30억원대를 넘어섰다. 4년 새 무려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통근버스 예산이 해마다 증가한 것은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서 연차적으로 이전하면서 통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충북혁신도시에는 2013년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4곳, 2015년 2곳, 2016~2018년 해마다 1곳, 총 10곳이 내려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말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면서 이전 대상 공공기관 11곳이 모두 내려왔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전 공공기관들이 통근 직원들의 편의 제공에 초점을 맞춰 통근버스를 운행, 혁신도시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8년 2월 이전한 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말 내려오기까지 2년 가까운 기간 추가 이전 기관이 없어 통근 직원 수는 변동이 없었다.
충북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이 운영하는 통근버스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러나 공공기관들의 지난해 통근버스 운영 예산은 2018년보다 31% 늘었다.
공공기관들이 노선 다변화를 요구하는 통근 직원들의 건의를 수용, 통근버스 운행 대수와 노선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들의 통근버스 예산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을 오가는 정부 세종청사 통근버스 운행 예산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017년 77억4천300만원이었던 통근버스 예산을 해마다 줄여 올해 58억1천800만원까지 낮췄다. 3년 새 25% 감소한 것이다.
출퇴근 직원들이 많은 탓에 혁신도시는 밤이나 주말, 휴일에는 인적이 끊긴다. 주민들 사이에는 '유령 도시'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급기야 이시종 충북지사가 공공기관들의 외지 통근버스 운행 자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장들에게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진천·음성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만이라도 통근버스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 지사는 "전국 혁신도시 직원들의 외지 출퇴근 비율은 4.9%인데 비해 충북의 경우 40%에 가깝다"고 꼬집기도 했다.
공공기관 직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비해 교육 환경, 정주 여건이 뒤지는 혁신도시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교육, 문화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자녀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가족을 데리고 혁신도시로 내려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 셔틀버스 운행 자제 촉구 기자회견 하는 이시종 충북지사 [촬영 전창해 기자] |
송기섭 진천군수는 "공공기관 통근버스가 혁신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혁신도시 활성화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위해 공공기관 통근버스 운행 감축을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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