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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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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 더비]② 고민정은 투명, 오세훈은 분홍…마스크에 담긴 광진을 유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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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총선 더비는?

더비(derby match)는 동일지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팀 라이벌 경기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같은 지역을 놓고 팬심을 경쟁하는 만큼 치열하기로 유명합니다. 총선도 4년마다 동일 지역구에서 여야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2020년 총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구를 엄선해 투표에 도움이 될 알짜 정보를 콕 집어 드립니다.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전 서울시장의 대결.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된 서울 광진을은 그동안 총선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선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관측이 많아서였다. 15대 총선 이래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언제나 승리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지역에서 5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약간 달라졌다. 그동안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추 장관은 불출마를 한 데다, 야당에서 내민 카드가 중량감이 있어서다. 오히려 오 전 시장에 맞서 고 전 대변인을 ‘자객 공천’으로 내밀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최근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측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중 하나로 평가받는 서울 광진을을 11~12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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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을 여론조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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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한 쇼핑센터 앞



“여기 지금 (코로나 19) 확진 환자 나온 건가요?”

“방역 차원입니다. 고민정입니다.”

11일 오후 2시 고민정 후보는 서울 광진구 능동로 한 아름 쇼핑센터 앞에서 방역 봉사활동 중이었다. 고 후보의 답변을 들은 한 시민이 “저는 또 확진자가 나온 줄 알고…”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고 후보는 소독약을 뿌리며 “꼼꼼히 하겠습니다”라고 싹싹하게 답했다. 이날 고 후보는 파란 점퍼 위에 투명한 보호복을 걸친 채 민주당 소속 구의원 3명과 함께 1시간 10분 정도 지역구를 돌며 방역 활동을 했다.

고 후보는 2월 중순 광진을 공천이 확정됐다. 민주당 텃밭이지만 상대인 오세훈 후보 보다 1년 가까이 늦게 지역으로 온 것이다. 고 후보도 “저를 알릴 시간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대면 선거 운동이 힘들어진 것도 고 후보에겐 불리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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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앞에서 인사하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채널A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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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후보는 강변역 등 지하철역을 선거 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얼굴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204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고 후보는 지하철역에서 인사를 하며 얼굴 전체가 보이는 투명마스크를 썼다.

뒤늦게 지역에 왔지만 KBS 아나운서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덕분에 고 후보를 알아보며 반가워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한 50대 아주머니는 미용실에서 유리 넘어 고 후보를 발견하고는 헤어 캡을 그대로 쓴 채 뛰어나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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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진을 거리 홍보 중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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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 후보에게 청와대 대변인과 총선 후보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냐고 묻자 그는 “힘든 것은 청와대, 어려운 것은 선거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말 죽도록 일만 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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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왼쪽)와 '서울시장 출신'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대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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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노룬산 시장



“예전에 한 번 봤어요.”

“예. 잘 부탁드립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노룬 산 시장 일대를 돌던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알아보자 씩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날 오 후보는 미래통합당의 상징 컬러인 분홍색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마스크도 분홍색 마스크로 ‘색깔 맞춤 룩’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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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광진을에서 유세 중인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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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좁은 통로를 중앙에 두고 과일, 떡, 옷을 파는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날 봄 추위로 가게 안에 들어가 있는 상인들도 꽤 있었다. 오 후보는 그런 가게도 문을 열고 들어가 “오세훈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서 적극적인 유세를 펼쳤다. 일부 상인들은 “보고 싶었다”며 상점 밖으로 나와 오 후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 후보는 지난해 2월 이후 광진을에서 지역 활동에 매진하며 관리를 해왔다. 노룬 산 시장 일대도 처음 찾는 곳이 아니다. 아는 척을 해주는 상인들이 제법 있었다. 오 후보는 “웬만한 지역은 세 바퀴까지 돈 곳도 있다, 문을 열어놓은 곳이라면 다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 후보는 고 후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지하철역보다는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공략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지역 내 아파트 상가나 동호회 등을 방문하고 지역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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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광진을 거리 홍보 중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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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보는 서울시장 사퇴 이후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다. 오 후보는 “현역 의원이 아니다 보니 선거 운동에서 불리한 점은 많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다 (총선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총선 판세에 대해서도 “요즘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저는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받는 느낌은 현재 박빙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정신없이 광진을에서 1년 동안 뛰어왔다. 이제 제 진심이, 제가 지역발전에 필요한 심부름꾼임이 주민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진을은 어떤 곳?




광진구는 1995년 성동구에서 분구된 서울시의 막내 자치구다. 동서울터미널을 통해 서울 동쪽 관문 역할을 하는 광진구는 조선 시대에도 교통의 요지였다. 광진교 주변에 나루터가 있어 ‘넓은 나루(큰 나루터)’라고 불리던 것이 한자로 광나루→광진이 됐다.

주민의 30%에 달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선거에 큰 영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16ㆍ17대 총선에선 전남 보성 출신인 4선의 유준상 의원을 공천했다. 구의ㆍ강변역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겼다고도 하지만 “광진을 호남향우회는 여전히 서울 어느 곳보다 탄탄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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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을의 역사 및 특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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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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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 결과 - 민주당의 강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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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송파와 가깝고 아파트촌과 다세대 주택이 혼재돼 서민층에서 중산층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 건국대·세종대가 자리 잡고 있어 젊은 층도 많다. 서울시 평균연령 통계에 따르면 광진구 평균 연령은 2019년 기준 41.8세다. 서초구(40.7세), 강남구(40.8세), 송파구(41.1세), 마포구(41.5세), 양천구(41.5세)에 이어 여섯 번째로 낮다. 강남 3구와 목동이 있는 양천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강북지역에선 가장 젊다.

이웃 지역구인 광진갑은 16·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승리했지만, 광진을은 분구 후 첫 선거였던 15대 총선 이래 줄곧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승리했다. 이 중 추미애 의원은 15·16·18·19·20대 총선에서 5선을 했다. 지난 총선에선 새정치국민회의 홍보기획국장과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황인철 국민의당 후보 때문에 호남표가 분산될 거란 분석도 나왔지만, 추 의원이 48.5%를 득표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여권이 양분돼도 이길 정도로 우리에겐 힘든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고민정·오세훈 후보 모두 다 비호남, 서울 출신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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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광진을 각 후보별 득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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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을은 화양동, 자양 1~4동, 구의 1·3동 등 7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선거에선 모두 추미애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표심에 미묘한 차이는 있다. 강변북로를 따라 한강 변에 아파트촌이 조성된 자양 2~4동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의 표가 많이 나왔다. 반면 강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구의1동과 건국대가 자리 잡은 화양동은 추 의원이 압승을 거뒀다. 지리적으로 보면 강남ㆍ송파에서 가까울수록 미래통합당 측에, 멀수록 더불어민주당 측에 우호적이었던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변 쪽엔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들이 새로 지어지면서 표심이 과거에 비해선 다소 강남권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정부의 ‘신데렐라’ 웃을까?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맡으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정치 입문 전 희소병을 앓고 있는 남편, 시인 조기영 씨와의 러브스토리가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고 후보는 총선 차출설이 나오던 1월 말 페이스북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밀려들던 일요일 출근길, 72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기사님이 ‘힘드시죠? 기운내세요!’ 한 마디를 던졌다”며 출마 결심 계기를 알려 화제가 됐다. 721번 버스는 광진구 화양동이 종점이기 때문에 광진을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고 후보는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알았다”며 부인했지만 결국 광진을에 나섰다.

지역 연고는 약하지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아 지원하는 데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간판이 지역 정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돌아온 서울시장, 벼랑 끝에서 회생?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민변 출신의 변호사다. ‘오세훈 법’ 등으로 보수정당에서 개혁 성향 이미지를 가진 대선 후보군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한때 야권의 ‘필승후보’로 통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강금실 카드를 꺼내며 기선을 제압했을 때, 야당인 한나라당은 오세훈 카드로 이를 무력화했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오 전 시장은 민선 서울시장 최초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무상급식 찬반 투표 실패로 서울시장에서 내려오면서 10년 가까이 야인으로 지냈다. 2016년 총선에선 서울 종로에 차출됐다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패했고,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선 황교안 대표를 넘지 못했다.

전당대회 직후부터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 기반을 닦아왔다. 거리에서 직접 당원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400명이던 핵심당원은 현재 3000명을 넘겼다. 험지로 꼽히는 만큼 최근 여론조사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친다는 것도 고무적인 결과라는게 오 후보측 자평이다.

특별취재팀=유성운·손국희·이태윤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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