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을 한달 앞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 현수막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당은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도 코로나19에 대응하고 민심을 달래기에 부족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17일 추경 규모 확정을 둘러싸고 여당과 재정당국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추경의 2배 가량인 20조원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까지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기재부는 여전히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규모 증액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이해찬·박원순 돌아가며 기재부 때리기 "추경 늘려라"
━
민주당에서 추경 규모를 6조3000억~6조7000억원까지 늘려달라고 지난 12일 요구하자 홍남기 부총리는 난색을 표했다. 이해찬 대표가 "해임 건의를 검토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자 같은 날 늦은 밤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경제 총괄 컨트롤타워로서 자리를 걸고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기재부 때리기에 가세했다. 박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가 제안한 재난긴급생활비 예산 4조8000억원을 추경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며 "기재부가 당초의 예산안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요구가 총선을 앞둔 '현금 살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추경 증액에 대해 "헬리콥터로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무작정 정책예산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기재부의 이유 있는 거부 "감당이 안된다"
━
기재부는 여당의 무조건적인 증액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경을 제출할 당시의 수요 예측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6조~10조원의 증액을 요구하는 논리가 근거 법령이나 타당한 이유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에 저소득층 소비쿠폰 등을 충분히 반영했지만 결국 여당 요구는 지원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주장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차상위계층을 규정할지, 어떤 재산·소득조사를 근거로 대상을 나눌지 등 제도의 틀이 짜여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증액요구안 중에는 코로나19와 관련성이 떨어지고 무리하다고 보여지는 것들도 존재한다"며 "민원인들만 의식한 국회의 주장에 대해 타당성, 집행가능성을 검토하는 게 기재부의 의무"라고 호소했다.
홍남기 부총리 역시 "추경 규모는 지난해보다 9.1% 늘어난 올해 기정 예산, 3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정부·공공·금융기관들의 20조원 대책, 추경 대상사업 검토 결과 재정 뒷받침 여력 등까지 종합 고려해 결정 후 국회에 제출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묻지마 현금 뿌리기'에 골병 드는 국가 재정
━
정부가 이미 확정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한 지난 4일에도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추경의 대부분인 10조3000억원을 적자국채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만 추경을 확정해도 통합재정수지는 11조원 적자가 된다. 여기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3.5→-4.1%로 악화된다.
이러한 재정 악화 염려에도 이해찬 대표는 16일 코로나19 국난 극복위원회 회의에서 재차 "경제당국의 고충과 노력은 잘 알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추경을 넘어 코로나19 '뉴딜'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증액 요구를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관리재정수지가 -4%를 돌파하는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엉망이 됐을 당시의 수준"이라며 "국가채무비율도 40%에 묶여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돌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난해 세수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대한 예산 집행을 할 경우 국민들이 증세 부담을 느껴 실제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과표기준 조정 등으로 사실상의 증세를 한다면 소비쿠폰 등의 지원책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