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강행한 '은혜의 강' 교회서 확진자 대거 발생 '비상'
개신교회 향한 여론 '싸늘'…"이웃 배려없는 사랑은 피해주는 것" 지적
신도 46명 코로나19 확진된 은혜의강 교회 주변 방역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양정우 기자 = 정부가 종교 집회 자제를 거듭 요청했음에도 예배를 강행한 경기 성남의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종교집회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할 전망이다.
16일 보건당국과 개신교계에 따르면 이날 은혜의 강 교회와 관련한 코로나 19 확진자는 46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이 교회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이 차례로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데 이어 확진자가 40명이나 더 증가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1일과 8일 은혜의 강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본 신도 135명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 부처 중 종교업무를 소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종교 집회 자제를 촉구해왔다.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1월 29일 각 종단 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종교 행사 시 코로나 감염 예방이 이뤄지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2월 27일부터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직접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시설과 예배를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일요일마다 주일 미사를 올리는 천주교는 2월 25일부터 사실상 모든 미사 중단에 들어갔고, 불교도 마찬가지로 대한불교조계종이 소속 사찰의 대중 법회를 중단한 터라 정부의 이런 목소리는 개신교를 향한 당부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청에 응답하듯 수도권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회당 예배를 온라인 가정 예배로 돌리는 경우가 속속 늘어났으나 은혜의 강 교회는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고서 예배당을 고수했다.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주변 방역 |
이 교회는 보통의 교회와 달리 특정 교단에 소속하지 않은 채 ㈔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에서 독자 활동을 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에 속한 교회들이 교단 지침이나 정부 예배 자제 권고로 느꼈을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교회에서 전권을 쥔 담임목사가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하는 결정을 내린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안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었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런 바람을 무시하듯 은혜의 강 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는 연합회 소속 교회 목회자들에게 온라인 영상 예배 권고를 당부하는 단체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은혜의 강 교회는 이 연합회 데이터베이스(DB)에서 누락된 탓에 문자조차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동안교회, 성남 은혜의강 교회 등에서 있었던 종교 활동이 코로나 지역감염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며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여론은 한층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 우려가 높은 상황에도 은혜의 강 교회처럼 오프라인 예배를 고수하거나, 2주간의 온라인 예배를 뒤로하고서 예배당으로 복귀한 교회들은 정부의 종교집회 자제 권고에 이제라도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학서적 전문출판사인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스스로를 정통 교회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공 방역에 협조하기를! 제발 말 좀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하나님을 사랑하는 열심(熱心)이 특출해도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지식이 없으면 결국 그 사랑이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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