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보 대 범보수' 대격돌…국민의당, '오렌지혁명' 기대
양극단 세 대결 심화 전망…중도 표심 향방 관건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국민의당 등 3당 대결이 유력하다.
특히 비례연합정당의 깃발을 내세운 범진보 진영, 미래한국당을 앞세운 범보수 진영의 '양강 구도'가 예상된다.
비례대표 전담 정당은 아니지만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부정적인 정의당도 '비례대표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이 제도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과거에는 지역구를 많이 확보하는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데 유리했다면, 이번에는 지역구 선거에서 고전하더라도 정당 득표율이 높은 정당은 비례대표를 통한 원내 입지 확보가 가능하다.
민주당, 통합당 같은 거대 정당보다는 군소 정당에 유리한 제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통합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비례정당 경쟁에 뛰어들면서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를 청산하고 다당제를 정착시키자는 새 선거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한 민주당 |
◇ 연합정당·미래한국 19∼20석, 국민의당 '득표율 20%' 목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정의당 등이 참여하지 않아도 비례연합정당이 비례대표 19석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정당득표율에서 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9%, 정의당 10%, 국민의당 7%, 민생당 4%를 얻을 것이라 가정했을 때의 예상 수치다.
이런 전망에 따라 미래한국당 18석, 정의당 6석, 민생당 5석 등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면 범여권의 파이는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한국당의 목표 의석수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이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신청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해 총 531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공병호 공관위원장은 "대여 협상 과정에서의 젊은 사람들이 이념에 바탕을 두고 말과 글, 행동을 통해 자유우파 진영의 이념·정책에 적극 나설 수 있는지를 인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 비례후보 면접 |
국민의당은 비례정당 경쟁에 뛰어든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꼼수·가짜 위성정당이 아니라 진짜 비례정당인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목표 득표율은 20%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에게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국민의당으로 향하게 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게 국민의당의 설명이다.
안철수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대구 의료봉사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4년 전 '녹색돌풍'을 이번 총선에선 '오렌지혁명'으로 전환하겠다는 각오다.
이승훈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삶보다 기득권 삶에 더 몰두하는 양극단이 싸우기만 한다"며 "이 모습에 질린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차별화된 모습으로 평가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료 봉사 이어가는 안철수 대표 |
◇ '촛불혁명 vs 정권심판' 세 대결 심화…중도 표심 향방이 관건
정치권에선 비례정당 대결에 여당인 민주당이 뛰어들면서 진보·보수의 세 대결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촛불혁명을 지지하는 범진보 세력과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범보수 세력 간 대결이다.
이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선거전략을 통해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견인하고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범진보 진영의 정당 득표를 '비례연합정당'으로 몰아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의당·민생당 등 지난해 패스트트랙 국면에 동참했던 원내 정당을 비례연합정당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반면 미래한국당은 통합당과 나란히 '정권 심판론'을 총선 간판으로 내세웠다.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구 투표는 통합당, 비례투표는 미래한국당'을 구호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미래한국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여권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비례정당을 향한 표심이 반드시 진영 대결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우선 민주당과 통합당의 공천 잡음에 대해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또 거대 양당이 4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얻을 것이란 전망에 근거해 비례정당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 금태섭 의원의 경선 탈락이 상징하듯 전반적인 공천이 '586 운동권·친문·청와대 출신' 중심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의 표심 이탈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당 역시 공천 탈락에 반발한 의원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예고, '사천'(私薦) 논란 등이 불거진 상태다. 공천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보수 표 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통화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표심이 그대로 비례연합정당과 미래한국당으로 갈지 의문이다. 일부는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으로 갈 수도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중도 표심이 얼마나 이탈할지가 관건인데, 이들이 통합당도 못 찍겠다며 투표장으로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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