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9개. 1월 53개. 2월 66개.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넓어졌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정당들이 등차수열 급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정당을 포함해 창당했거나 창당 등록을 준비하는 정당은 지난해 12월 39개에서 올해 2월 기준 66개로 늘었다. 이들은 21대 국회 의석 ‘한 자리’를 노린다.
선거법 개정 효과가 컸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소수 정당도 지지율 3%만 받으면 의석을 얻을 수 있다. 선거 가능 연령도 만 18세로 낮아졌다. 창당에 뛰어든 이들은 이 변화에 주목한다.
다양하고 과감하게 ‘공략’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원내 진입의 포부를 다지는 ‘이색정당’들의 면모를 살펴봤다.
◇역대 총선 비해 3배 늘어난 ‘소수 정당’= 총선을 앞둔 ‘창당 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대 총선 직전에 19개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했다. 20대 총선 때 후보를 낸 정당만 21개다.
‘흙수저당’·‘거지당’ 등 독특한 간판을 단 곳도 있었다. 거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제 총선에 뛰어든 이들도 기대하지 않았다. 반면 21대 총선 앞 분위기는 다르다. 정당 숫자만 봐도 19·20대 총선 때의 2배다. 정식 등록 이전 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하면 3배에 가까이 된다.
기대감도 커졌다. 낮아진 진입 문턱이 자신감을 키운다. 지난달 23일 창당대회를 연 ‘시대전환’ 조정훈 공동대표는 “저희 같은 성 밖의 사람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그 태풍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 ‘빈틈’ 찾는 이색정당= 이색 당명과 이색 공약은 소수정당의 특징이다. ‘남북통일당’은 최초의 탈북민 주도 정당을 표방하며 2월 창당했다.
경기 악화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소상공인당’도 창당 준비에 한창이다. 시민단체 ‘페트병살리기운동본부’가 주도한 생태주의 정당 ‘가자환경당’도 지난 1월 등록했다.
이들은 정치권의 ‘틈새시장’에 주목한다. 국회 등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 계층, 기존 정당이 내걸지 못한 공약 등을 ‘핵심 의제’에 올린다. ‘시대전환’은 ‘밀레니얼 세대’ 20대와 ‘586세대’ 50대 사이에 낀 3040세대를 대변한다.
‘여성 정치’를 내세우는 정당도 2개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핵나라당’ 등 ‘극우 정당’ 역시 상당수다.
◇이색정당 ‘1표’ 당선 가능성은=소수 정당의 도전은 쉽지 않다. 정당 득표율 3%, 약 70만표를 넘겨야 의석을 얻을 수 있다.
득표율 3%를 얻는 이변이 생겨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연동률이 적용되는 의석은 30%로 제한된다. 한 정당이 정당 득표율 3%를 얻으면 약 3~4개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소수 정당이 3%를 넘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존 정치 세력, 특히 진영 갈등이 치열해 갓 출범한 소수 정당이 주목을 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선거법 개정으로) 절호의 기회가 생겼지만 지금은 정치권 양극화로 제3정당조차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생 정당이 특정 이슈를 통해 어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립 대신 거대 정당에 합류하는 편을 택한 소수 정당도 생겼다. 청년 정치를 강조하며 출발한 ‘같이오름’과 ‘젊은보수’, ‘브랜드뉴파티’ 등은 미래통합당과 손을 잡았다.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는 지난달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에서 브랜드뉴파티 100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지만 곧바로 통합당에 합류했다.
◇정당 늘면 ‘다당제 정의’ 실현될까=소수 정당의 등장이 ‘성숙한 다당제’로 이어진다는 데는 의견이 갈린다. 기존 정당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정당이 많아진다고 여러 계층의 목소리가 고르게 대변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그간 이슈를 찾아내던 사람들이 기존 정당에만 가면 형해화됐다”며 “특정 이슈를 말하는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소수 정당에게 기회가 계속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입김이 강한 기존 정당에서 당론에 묻히기 쉬운 사안도 이색정당의 입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다익선’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수와 다양성은 다르다”며 “50개가 넘는 원외 정당이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보장이 없고, 여성·청년 등 정책 당사자라고 해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예나 인턴 기자 yenakim4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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