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 여당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한 6조~7조원 규모가 반영되면 코로나19 대응 추경 규모는 총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문재인정부의 '확대재정론'을 이끌어오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여당의 '해임 건의' 압박에 직면하게 된 것도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날 오전 당정청 회의 자리에 홍 부총리가 불참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당정청 불협화음은 12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마저 취소되며 재차 부각됐다. 부가가치세 경감대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온도차가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연 매출이 4800만~6000만원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감면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대상자 매출 기준 상한을 6000만원에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래통합당 측은 이 기준금액을 1억원 수준까지 올리자고 제시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매출 기준액을 놓고 의견차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좀 더 구체적인 추경 증액 액수를 제시했다. 이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 증액 사안 규모가 6조3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 정도 증액 예산은 반드시 반영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추경의 긴급성을 고려해 정부가 새로운 안을 만들어오는 것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6조원대 증액 목표는 관철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4조~5조원은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재부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6조원 이상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증액 규모만 이미 1조6559억원에 달한다.
증액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총 7625억원을 늘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당초 정부 추경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상공인 전기요금 긴급지원이 신설돼 4467억원이 투입됐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광물 수급 대응에 1000억원이 편성됐다. 두 번째로 증액 폭이 컸던 곳은 환경노동위원회다. 고용유지지원금 재원 충당 등의 목적으로 고용보험기금 전출금이 4100억원이나 증가했고, 코로나19 지역고용 대응 지원액도 2000억원이 추가됐다.
11조7000억원 규모인 정부 추경안만으로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 평가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이미 무너진 상태다.
예산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작성하면서도 액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다수 끼워넣었다.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소요 확대를 대비한 목적예비비 1조3500억원이 대표적이다. 예비비는 본래 예측할 수 없는 사유로 추가 지출이 생길 것을 대비해 마련하는 '비상금'이다. 코로나19 추경이 당장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을 감안하면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예산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에 수백억 원 단위의 예비비가 편성된 일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 단위가 투입돼 추경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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