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환 투자금 2000억원 이상…파산 확정시 헐값 매각 가능성
신한금투, 이사회 열고 투자자 우선 구제 방안 논의
코로나發 글로벌 경제 퍼펙트스톰 징후에 투자상품 도미노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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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민영 기자] 국내에서 5000억원 이상 팔린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의 원금 상환이 미뤄지는 가운데 투자금으로 현지 개발사업에 투자한 독일 시행사에 대한 파산 절차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 환율, 유가가 출렁이는 등 순식간에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스톰(경제 악재의 동시다발적 출현)'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투자상품의 도미노 손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체투자처로 급부상한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되면서 독일 헤리티지 DLS와 같은 손실 사태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은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금을 받은 현지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GPG)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산절차를 개시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막사, 수도원, 고성 등 독일 문화재를 매입해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증권사ㆍ은행이 5300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그러나 시행사의 현지 개발사업 난항으로 상환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미상환 투자금이 2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자란운용은 시행사로부터 투자자산 매각을 비롯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넘겨받는 포괄적 위임약정(PoA) 체결을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현재 시행사에 대한 파산절차를 개시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운용사가 독일 시행사와 포괄적 위임약정(PoA)을 체결해 자산매각에 나서려고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운용사가 시행사의 파산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마지막 기한인 오는 17일까지 시행사가 PoA에 합의하지 않으면 파산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게 운용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GPG에 대한 파산이 확정되면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운용사가 직접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자산 매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통상 법원이 선임하는 파산관재인은 매각가치 극대화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투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자들을 우선 구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만기에도 투자금을 상환받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피해액의 최대 50%를 우선 배상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독일 헤리티지 DLS를 비롯해 지난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금융투자상품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예상되면서 해외자산 부실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기초자산 가치 변동에 연계해 수익을 얻거나 손실을 얻는 파생형 상품이나 부동산 투자상품 등으로 손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급격한 글로벌 확산과 산유국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슈 등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포함해 해외 주식, 해외 자산 기반의 직간접상품에 대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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