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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아베 사실상 韓입국금지 그뒤엔···"한국 배려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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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검역 강화” 사실상 입국금지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일단 시행

항공업계 “90일 무비자 중단 통보”

김상조 “과격한 조치 심히 유감”

아베, 올림픽 개최 위해 초강수

“나리타·간사이공항만 이용 허용”

중국발 입국자에도 똑같이 적용

이미 발행된 단·복수 비자도 취소

미국, 입국 제한 가세할 가능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지정시설에서 2주일간 대기할 것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저녁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한국의 전 지역으로부터 (일본) 본토에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일간 대기하고, 국내 공공 교통기관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겠다”며 “대기를 철저히 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해 달라”고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대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지정된 장소에서의 대기’인 만큼 사실상은 ‘격리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 일본 외무성은 주일 한국대사관 측에 “호텔이나 자택 대기를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감시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격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또 “중국과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 총수를 억제하기 위해 항공기의 도착 공항을 나리타(成田) 공항과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으로 한정하고, 선박의 여객 운송을 정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발행된 단수·복수 비자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 특례도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조치는 9일 0시부터 일단 3월 말까지 실시하겠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 4월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아베 총리는 한국의 경우 “7일부터 경상북도 등 일부 지역에 체류했던 외국인들이 새롭게 입국 거부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기존의 대구와 경북 청도에 이어 경북 안동·영천·칠곡·의성·성주·군위 등이 추가 입국금지 대상이다.

2주간의 대기 조치와 비자 효력 정지 등에 대해선 “사실상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산케이신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효과는 전면적인 입국 금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방일 한국인 한 해 558만, 유학생·기업인 입국제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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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대책을 총괄해 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하루 1만3000명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일본이 우리만큼 투명할까, 이 부분은 의심스럽다”며 “일본이 그런 과격한 조치를 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일본 측 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외교부는 금명간 조세영 제1차관이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한국으로선 안팎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사회의 반일 기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였다. 지난해 558만여 명이 일본을 찾았다. 단순 관광객의 방문은 지난해 하반기 대폭 줄었지만 유학생, 비즈니스, 공공 교류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방문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대거 통제할 경우 일반 국민의 불편은 물론 한·일 간 상거래 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한국으로선 향후 미국의 반응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조치를 명분 삼아 미국도 시한부 입국 금지에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 일부 주 정부는 한국 내 미국민 송환 조치에 나서고 있다. 뉴욕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이탈리아·이란 등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5개국에서 유학 중인 뉴욕주립대와 뉴욕시립대 학생들을 귀국조치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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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5일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인 등에 대한 입국 제한 초치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의 일본 항공사의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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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관저의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이번 조치를 미뤄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측은 총리관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기 때문에 외무성이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적극적인 외교로 한국인 입국 제한을 최소화하겠다는 외교부의 공언은 현실에선 먹히지 않았다. 그간 정부는 일본에 대해선 코로나19 확산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1단계의 ‘여행 유의’ 경보 정도만을 발령해 왔다. 그러나 이날 아베 총리의 강수를 접한 청와대가 맞대응해 다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꺼낼 경우 상황은 한·미 관계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4월 국빈 방일이 무산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총리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되면서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고, ‘한국과는 어차피 관계가 안 좋은 만큼 이런 상황에서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관저 내 의견이 정리됐다”고 전했다. 4일 밤부터는 “일본 정부가 모종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얘기가 도쿄 외교가에 급속히 퍼졌다. “관광객 감소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을 감수하고라도 7월 말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일본 정부는 5일 오후 4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시 주석의 방일 연기를 공식 발표했고, 세 시간 뒤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를 직접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한 지 하루 만이었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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