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관련 보도 부인 안 해 의구심 키워
경찰, 민주인사 체포 이어 '시위진압 부대' 대대적 확충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4일과 5일 모두 4대의 전세기를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보내 우한과 후베이(湖北)성에 있는 홍콩인 533명을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임신부 14명과 이달 말 대입 시험을 앞둔 수험생 11명,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 22명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데려오지 않는다.
현재 후베이성 내에는 30여 개 도시에 3천800여 명의 홍콩인이 있어 앞으로 전세기가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계획보다 더 큰 관심을 끈 것은 최근 빈과일보의 보도에 대한 람 장관의 반응이었다.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 보도에 따르면 람 장관은 중국 중앙정부에 "코로나19 확산이 홍콩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오는 9월 입법회(홍콩 의회) 선거 전에 정치적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람 장관은 이 보고서에서 친중파 진영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홍콩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친중파 진영으로 인해 자신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람 장관은 "우리는 내부 소통에 대한 어떠한 추측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는다"며 확답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초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질 때 람 장관이 홍콩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날 람 장관의 태도는 보고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에 홍콩 범민주 진영은 람 장관이 시민들의 건강보다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시위자 체포하는 홍콩 경찰 |
실제로 최근 홍콩 정부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위가 잠잠해진 틈을 타 범민주 진영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홍콩 경찰은 최근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전 주석 융섬(楊森), 홍콩의 대표적인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 주석 리척얀(李卓人) 등 3명을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했다.
나아가 시위 진압 현장에 투입되는 기동부대를 현재 1천500명에서 3천 명으로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한 범민주 진영 인사는 "이는 폭동 진압 부대를 정규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홍콩 경찰은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비난하는 여론에 못 이겨 21명의 경찰관을 징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는데, 대부분 문책 등 경미한 징계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여기에는 지난해 시위 때 가장 큰 비난 여론을 불러왔던 '위안랑 백색테러'와 관련된 징계도 없었다.
위안랑 백색테러는 지난해 7월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시위 참여자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은 늦장 출동과 미흡한 대처로 큰 비난을 샀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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