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개혁연합’(가칭)이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하면서 범진보 세력을 중심으로 비례정당 창당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개혁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 범진보 세력이 비례용 연합 정당을 창당해 비례후보를 파견 받고 총선이 끝난 뒤 당선자들을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선거법 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의석 수 확대를 노렸던 정의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연합, 열린민주당…범진보 곳곳서 ‘비례정당’ 움직임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정치개혁연합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한 건물에서 창당발기인대회도 열었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5개 시·도당 창당과 당원 5000명 이상 확보해 10일까지 창당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연합 발기인엔 영화배우 문성근씨, 한완상 전 교육부 장관, 함세웅 신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 하승수 변호사 등 43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치개혁연합은 지난달 29일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서를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 보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 내부에선 일부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 상황실장은 ‘정치개혁연합’ 비례정당을 만드는데 민주당의 참여를 제안한 데 대해서는 “공론의 뜻에 맡겨야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국민의 판단으로 결론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개혁연합 참여를 묻는 질문에 “외부에서 온 제안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민주당(가칭)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앞서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비례대표용 정당인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열린민주당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또 다른 민주당’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정 전 의원도 열린민주당 창당 전까진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유지할 방침이다. 열린민주당 창당 준비위원장도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근식 전 장관이 맡았다.
◆정의당 “진보세력 공멸로 이어질 것, 참여 인사에게도 유감” 거센 반발
당장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정의당은 ‘조국사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며 선거법 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내심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노렸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은 연도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조국사태’에 침묵하고 있다는 일부 진보인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실제 정의당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정치개혁연합 참여를 거부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위헌꼼수정당 미래한국당은 해산해야 한다. 꼼수에 똑같은 꼼수로 대응하겠다는 소위 ‘비례민주당’ 기획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연합체 형태의 ‘비례용 임시가설정당’을 세우자는 제안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선택은 민주주의의 대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례용 임시가설정당을 세우자는 제안은 대(對) 통합당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대 국민 명분은 없다는 것이 정의당의 확고한 판단”이라며 “정치개혁연합의 제안에 동참한 시민사회단체와 원로 분들은 정치개혁과 준연동형비례제 도입을 위해 함께 힘 써오신 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계획이 제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정 전 의원의 ‘열린민주당’ 창당에도 거세게 반발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며 참패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격분했다. 정의당 소속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정 전 의원의 열린민주당 창당과 관련해) 망할 짓만 골라서 한다”먀 “민주당과 물밑에서 협의가 끝났나 보다, 저런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지. 결론은 다시 한번 민주당만 빼고”라며 한심스러워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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