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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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더불어민주당에서 4ㆍ15 총선 후보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1일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경선 승률이다. 열 중 일곱이 본선 출마 관문인 당내 경선을 통과한 셈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한 1~3차 경선지역 53곳을 살펴본 결과,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가 출마한 13개 지역 중 9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석비서관급으론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ㆍ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성남 중원)ㆍ한병도 전 정무수석(익산을) 등 3명이 경선을 통과해 공천장을 받았다. 서울 성북갑에서 3선 유승희 민주당 의원을 꺾은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과 여주ㆍ양평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이긴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 등 비서관급도 2명 있었다. 허소(대구 달서을)ㆍ박남현(창원 마산합포)ㆍ남영희(인천 미추홀을)ㆍ김승원(수원갑) 등 전직 행정관 4명도 공천됐다.
낙천한 청와대 인사 4명 중 3명은 현역 의원과의 대결에서 졌다. 강병원 의원과 맞붙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서울 은평을), 김한정 의원과 남양주을에서 경쟁한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이 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사 민주당 경선결과.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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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전략 밑그림을 그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지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런 발언이 무색하게 전직 청와대 인사들이 속속 본선 무대를 밟고 있는 양상이다.
실무적으로도 민주당은 후보 적합도 조사와 경선 여론조사에서 후보 경력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통령 이름을 표기하면 득표율이 상당폭 오르는 왜곡현상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온 청와대 출신에 대한 당내 반감도 섞여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출신 중 약 70%가 경선을 통과하면서 정치권에선 "청와대 경력 프리미엄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하면 권리당원들이 호응하며 빠르게 조직화되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청와대 경력이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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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현역 물갈이 비율 24.0%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미래선대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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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경선지역에서 현역 의원 낙천 비율은 33.3%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경선을 치른 53곳 중 21곳이 현역 의원 지역구였는데 이 가운데 7곳에서 현역 의원이 낙천했다. 신경민(서울 영등포을)·심재권(서울 강동을)·유승희(서울 성북갑)·이종걸(안양 만안)·이석현(안양 동안갑)·권미혁(안양 동안갑 비례대표)·이춘석(익산갑)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앞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과 1~3차 경선 패배 의원 7명, 컷오프(공천 배제)된 4명을 합치면 민주당 전체 129석 중 현재까지 31명의 물갈이가 이뤄진 셈(24.0%)이다. 나머지 경선 지역에서 현역 의원 탈락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주당 현역 물갈이 비율은 30~4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이 체감하는 쇄신 효과를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공천 결과가 그다지 극적이지 않아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설에 오른 현역 의원들을 컷오프하면서 여론 호응을 얻고 있는 데 반해 민주당은 '경선 최대한 보장' 등 정량적 평가를 우선시하다 보니 인적 개편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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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승부 결정짓는 권리당원
민주당 경선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권리당원 투표가 현역 의원들의 당락을 상당부분 결정짓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권리당원 50%+일반 국민 50%' 경선룰이 정해질 때만 해도 현역 의원들의 호응이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현역에게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27일 경선 결과를 불복한다고 밝혔다. [유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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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유승희 의원 등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선전한 데 비해 권리당원 투표에서 큰 격차로 밀려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속출하면서다. 유 의원은 당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경선에서 패배한 한 의원은 "상대방이 친인척을 동원하기도 하고 '입도선매' 하듯이 권리당원을 쓸어모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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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을 '윤건영'·일산벨트도 확정
서울 구로을에서 선거운동 중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윤건영 전 실장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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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서울 구로을 전략공천이 확정됐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1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5개 지역구에 대한 전략공천을 의결했다. 도종환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서울 구로을은)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천된 곳"이라며 "이 지역을 사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산벨트' 배치도 이날 끝냈다. 정재호 의원 공천배제 지역인 고양을에 MBC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고양병에 홍정민 변호사를, 고양정에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를 전략공천한 바 있다. 고양병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고양정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출마한 지역구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엔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역구인 고양갑에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문명순 전 고양갑 지역위원장을 단수공천했다.
민주당이 영입한 오영환 전 소방관과 임오경 대한체육회 이사는 의정부갑과 광명갑에 각각 단수공천됐다. 또 최지은 전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를 '낙동강 벨트'에 속하는 부산 북-강서을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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